사전논의 없이 `가르마` 타준 이재명… `尹-여야 원대회동` 성사 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회동 씨의 빈소를 조문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대통령께서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이 여러 사정으로 어렵다면 원내대표와 만나는 것도 저는 괘념치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이날 입장 발표는 박광온 원내대표와 사전 논의가 없이 나왔다. 박 원내대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분신해 숨진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모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이날 오후 찾아 조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용산 (대통령실) 측에서 야당 대표를 빼고 원내대표와 만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명한 것 같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대화와 정치를 복원해서 어려운 민생 경제와 안보 위기, 극단적인 갈등의 골을 넘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를 다시 복원해야 한다. 상대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하고 협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당 일각에서 "원내대표 회동이라도 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대통령실이 제안한 회동에 대해 "당 대표부터 만나는 것이 순서"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박 원내대표 선 회동론'이 제기됐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 대표가 박 원내대표에게 '당신이 먼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라'고 제안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은 이 대표가 가르마를 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지난 2일 YTN라디오 '신율의 정면승부'에 나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양당의 원내대표라도 만나서 야당과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선 대통령실이 제안한 회동요청을 사실상 당 대표가 가로막는 셈이 아니냐는 여론에 휩싸일 것을 우려한 결정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 원내대표가 대통령실이 제안한 회동을 거절했던 이유도 "당 대표부터 만나는 것이 순서"였기 때문이다. 친명(친이재명)·비명 갈등 상황을 고려할 결정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직후 윤 대통령을 향해 수차례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별 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이 대표의 이날 입장 발표는 박 원내대표와 사전 논의 없이 나왔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원내지도부)와 사전에 논의하진 않았다"며 "대표의 입장을 말씀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박 원내대표 만남에 사실상 동의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회동이 진전될 가능성이 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원내대표도 숙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 일각에서 "윤석열 정권의 민주당 갈라치기 시작"이라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도 의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대변인은 "원내대표가 '(이 대표에게) 신중하게 말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는 취지로 말을 하셨다"며 "시간을 갖고 생각해본 뒤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