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제주공항 무더기 결항…어린이날 직전 1만여명 발 묶여
수학여행 학생들 포함 ‘난색’
연휴기간 제주 방문도 차질
4일 제주국제공항에 강한 바람이 불면서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었다. 수학여행단을 비롯한 관광객 1만여명의 발이 어린이날을 앞두고 제주에 묶이게 됐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 항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15분 제주공항을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가려던 하이에어 4H1606편을 시작으로 일부 결항이 이어지다 오후 5시 이후 운항 예정인 대부분의 항공기가 사전 결항됐다. 이날 오후 8시 기준 결항했거나 결항을 예고한 항공기는 254편(국내선 248편, 국제선 6편)이다. 또 9편이 회항했고, 90여편이 지연 운항하는 등 잇따라 차질이 빚어졌다.
이날 제주공항의 대규모 결항은 비가 아닌 바람 때문이었다. 이날 제주공항에는 방향이 급격히 변하는 급변풍 특보(윈드시어)와 강풍 특보 등이 발효됐다. 급변풍 특보는 활주로 표면으로부터 1600피트(500m) 사이에서 이착륙을 위해 주행 중인 항공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급변풍이 관측되거나 예상될 때 발효되는데, 제주공항의 항공기 결항 때마다 강풍 특보와 함께 발효되곤 한다.
제주공항은 남쪽으로 한라산을, 북쪽으로 바다를 낀 지형적 특성상 윈드시어와 강풍이 자주 발생한다. 반면 활주로는 동서로 뻗어 있어 바람이 항공기의 측면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이착륙이 더 어려워진다.
이날 오후 예상하지 못한 결항이 잇따르면서 제주공항 출발장 안은 항공기를 타지 못한 승객으로 혼잡을 이뤘다.
경기도에서 제주로 수학여행을 온 한 학교의 경우 2학년 학생 절반 정도가 갑작스러운 결항으로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부산에서 3박4일 일정으로 제주를 찾은 한 여자고등학교 수학여행단 260여명도 이날 결항으로 제주에 발이 묶이게 됐다. 제주도민 고모씨(45)는 “아이들과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 여행을 계획했는데, 취소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를 방문하려 했던 관광객의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4일부터 7일까지 나흘 동안 17만4000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제주에는 어린이날에도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항공기 이용객들은 운항 여부를 문의한 후 이동해야 한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궂은 날씨로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있는 만큼 항공사에 운항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도 남부 서귀포의 이날 오후 8시 기준 하루 강수량은 283.6㎜로 5월 기록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치는 1992년 5월6일 259.8㎜였다.
기상청은 5일 오후부터 전국에 장대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6일의 경우 제주는 종일 비가 오락가락 이어지고 수도권·충남은 오전까지, 나머지 지역은 낮까지 종종 비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5~6일 대부분 해상에 돌풍이 일고 천둥과 번개가 칠 것으로 예측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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