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동 지대장 빈소에 노동자들 발길 “정부 건폭몰이 때문” 울분
“대통령이 직접 조문해야”
노동절인 지난 1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분신해 이튿날 사망한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지대장(50)의 빈소가 4일 서울에 차려졌다.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은 빈소를 찾아 “정부의 ‘건폭’몰이와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을 불렀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양 지대장의 운구차는 이날 오전 11시5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도 열사정신 계승’이 적힌 검은 머리띠를 매고 병원을 찾았다. 장례식장 3층에 마련된 빈소에 위패와 영정이 놓이자 한 조합원은 다른 조합원의 어깨에 기대어 울기도 했다.
오전부터 빈소를 지킨 이들은 “정부의 건폭몰이가 노동자의 죽음을 불러왔다”고 했다. 강한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정부가 전국건설노조의 자금내역 등을 다 뒤져봐도 나오는 게 없자 지금까지 현장에서 늘 이뤄지던 단체협약을 트집 잡았다”고 했다.
김정배 건설노조 강원지부장은 “현장에서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처벌불원서까지 제출했어도 경찰은 결과를 미리 정하고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며 “영장 청구 뒤 양 동지와 전화했을 때 ‘걱정 안 한다’고 밝은 모습을 보였는데 속으로는 얼마나 억울해하고 있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후 5시10분쯤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대표는 “국가의 과도한 압박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대통령께서 직접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앞으로 국가의 권력행사 때문에 국민이 죽는 일이 없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의원도 오후 5시46분쯤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유가족들은 오후 5시56분 빈소에 도착했다. 이들은 정의당 의원들과 만나 “유서 내용은 단순히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식들에게 부끄러움 없는 떳떳한 아빠가 될 수 있게 억울함을 풀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유가족들에게 “정부의 탄압으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양 지대장을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양 지대장의 유지를 잘 받들어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부탁드린다. 우리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
건설노조는 이날 빈소 건물 밖 광장에서 양 지대장을 추모하는 촛불문화제를 열고 책임자 처벌과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을 그대로 두면 건설노동자들이 노조로 만들어온 성과들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투쟁을 결의하고 서울로 모시고 왔다”며 “이 추모제는 추모제가 아니라 투쟁을 하기 위한 시발점이라고 다들 마음을 먹어달라”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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