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정신 계승’ 리본 단 건설노조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총파업·정권 퇴진 결의대회
“노조 강압수사 중단하라”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50)의 분신 사망과 관련해 민주노총 건설노조(건설노조)가 4일 총파업 투쟁과 윤석열 정권 퇴진을 결의했다. 이 자리에선 ‘열사’ ‘분신정국’ ‘퇴진’ ‘군사독재’ ‘총력투쟁’ 등 격한 발언이 쏟아졌다.
건설노조는 이날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서문 앞 차도에서 ‘건설노조 전국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열고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강압수사, 지금 당장 중단하라”며 “건설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총파업·총력 투쟁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결의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노조원 50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낮 12시30분 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서 집결해 용산구 대통령실로 향했으나 경찰이 설치한 펜스에 막혀 전쟁기념관 서문 앞 차도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석한 노조원은 서로에게 ‘열사정신계승’이라고 적힌 검은색 띠를 머리에 둘러매줬다. ‘노조탄압 분쇄 열사정신 계승’이라고 쓰인 검은 리본은 왼쪽 가슴에 달았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 ‘건설노조 탄압 중단하라’ 등 구호가 적힌 팻말도 손에 들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소화기를 든 채 행진 행렬을 지켜봤다.
이날 집회에 나온 임희남씨(60)는 “2000년부터 목수 일을 했는데 두 달 이상 임금을 밀려 주는 곳이 많았다. 8년 전 노조에 가입하고 비로소 생활이 안정됐다”며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고 안정적 고용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건설현장의 젊은 친구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 12년 일했다는 박원종씨(46)는 “노조와 회사가 교섭을 멈춰 두 달 동안 일을 쉬고 있는 지금 윤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을 실감하고 있다”면서 “양 동지가 얼마나 억울했으면 자기 몸에 기름을 부었을까 싶다.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했다.
건설노조는 결의문에서 “양 동지의 항거는 건설노조의 간부로서 정당한 요구를 하고 활동한 것에 대해 업무방해와 공동공갈이라는 혐의를 덧씌운 정권을 향한 억울함과 분노의 표현이었다”며 “1000명에 가까운 건설노조 간부, 조합원에 대한 소환조사, 노조활동 했다는 이유로 조합원 16명 구속, 경찰의 토벌대식 200일 작전 등으로 건설현장 현실은 아비규환이 됐다. 건설노조를 폭력배 집단으로 매도하고 탄압하는 윤석열, 원희룡 위정자 집단의 탄압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경찰, 기동대 3250명 배치
소화기 들고 행진 행렬 주시
경찰은 이날 집회 장소 인근에 50개 기동대 3250여명의 경찰 인력을 배치했다. 집회장소 인근 상점에는 10여개의 소음측정기를 설치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120개 시민·종교단체도 이날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과 도를 넘은 노조 탄압이 부른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일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정권 퇴진’을 기조로 결정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만이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양 지대장의 죽음은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노조탄압 때문이고, 고인이 유서에서도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에 매진해줄 것을 요구한 만큼 유지를 받아 민주노총이 전 조직적 투쟁에 나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기은·김송이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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