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와 스티븐 슈워츠먼의 차이점[오늘과 내일/박형준]
박형준 경제부장 2023. 5. 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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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소년은 10대 때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하버퍼드칼리지를 졸업한 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야기의 주인공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 자산가 순위에서 올해 처음 1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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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거물로 성장한 토종 사모펀드
먹튀, 은둔 이미지 벗는 새 역할 기대
먹튀, 은둔 이미지 벗는 새 역할 기대
1963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소년은 10대 때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하버퍼드칼리지를 졸업한 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2년 정도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한 뒤 사표를 던지고 하버드대 MBA 과정을 밟았다. 그 후 36세가 되던 1999년 세계적인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그룹에 입사했다. 그는 한국사무소 대표로 지내며 2000년 한미은행을 인수하는 작업을 지휘했다. 4년 뒤 한미은행을 팔아 7000억 원대 차익을 거두면서 M&A 시장에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된다.
2005년 3월 칼라일그룹을 떠나 아예 직접 사모펀드 운용사를 설립했다. 사명은 MBK파트너스. 자신의 영문 이름(마이클 병주 김)에서 따왔다. 이야기의 주인공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 자산가 순위에서 올해 처음 1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자산 97억 달러로 2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80억 달러)보다 더 많았다. 3월 기준 MBK파트너스가 투자한 기업의 매출 합계는 441억 달러, 고용 인원은 37만 명이다. 87명의 투자전문인력이 만들어냈다고는 믿기 힘들다.
한국 최고의 부자지만 많은 사람이 김병주란 이름을 낯설어 할 것 같다. 그만큼 한국에서 사모펀드의 역사는 짧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 굴지의 대기업이 줄줄이 쓰러지자 외국계 사모펀드들은 헐값에 사들였다. 제일은행, 외환카드, LG카드 등 금융기관들도 줄줄이 팔렸다. 당시 국내에는 토종 사모펀드가 없었다. 뒤늦게 정부가 법 제정에 나섰고, 2004년 12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되면서 한국에서도 사모투자전문회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MBK파트너스가 2005년 설립됐으니 토종 사모펀드 1세대라고 볼 수 있다.
약 20년이 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말 사모펀드 운용사는 394곳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도 창업할 수 있어 김 회장과 같은 해외 유학파뿐만 아니라 국내파도 속속 사모펀드 시장에 진입했다. 쉽게 돈을 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1조 원짜리 사모펀드를 만들려면 운용사는 최소 100억 원의 자기 자본을 넣어야 한다. 투자한 기업이 망하면 운용사도 함께 망하는 경우가 많다.
사모펀드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금력 있는 대기업들이 주도하던 M&A 시장에 사모펀드들이 새로운 거인으로 등장했다.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사모펀드들은 기업 경영에도 영향력을 미쳤다. 오너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한국 기업 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먹튀’ 이미지가 강한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사모펀드의 본질이 싸게 기업을 인수해 성장시킨 뒤 높은 값에 되파는 것이어서 그 이미지를 피하기 힘들다. 은밀한 거래를 추구하기에 언론에 잘 드러나지 않는 특징도 있다. 김 회장은 2021, 2022년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의 대표 자선가로 뽑혔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그룹인 블랙스톤의 창업자 스티븐 슈워츠먼. 그의 이름 앞에는 월스트리트의 황제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교사, 미중을 잇는 제2의 헨리 키신저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영향력이 투자업뿐만 아니라 경제와 외교까지 걸쳐 있는 것이다. 김병주 회장도 자산 1위에 걸맞은 선한 영향력을 더 확산시켜 주길 기대한다.
2005년 3월 칼라일그룹을 떠나 아예 직접 사모펀드 운용사를 설립했다. 사명은 MBK파트너스. 자신의 영문 이름(마이클 병주 김)에서 따왔다. 이야기의 주인공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 자산가 순위에서 올해 처음 1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자산 97억 달러로 2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80억 달러)보다 더 많았다. 3월 기준 MBK파트너스가 투자한 기업의 매출 합계는 441억 달러, 고용 인원은 37만 명이다. 87명의 투자전문인력이 만들어냈다고는 믿기 힘들다.
한국 최고의 부자지만 많은 사람이 김병주란 이름을 낯설어 할 것 같다. 그만큼 한국에서 사모펀드의 역사는 짧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 굴지의 대기업이 줄줄이 쓰러지자 외국계 사모펀드들은 헐값에 사들였다. 제일은행, 외환카드, LG카드 등 금융기관들도 줄줄이 팔렸다. 당시 국내에는 토종 사모펀드가 없었다. 뒤늦게 정부가 법 제정에 나섰고, 2004년 12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되면서 한국에서도 사모투자전문회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MBK파트너스가 2005년 설립됐으니 토종 사모펀드 1세대라고 볼 수 있다.
약 20년이 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말 사모펀드 운용사는 394곳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도 창업할 수 있어 김 회장과 같은 해외 유학파뿐만 아니라 국내파도 속속 사모펀드 시장에 진입했다. 쉽게 돈을 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1조 원짜리 사모펀드를 만들려면 운용사는 최소 100억 원의 자기 자본을 넣어야 한다. 투자한 기업이 망하면 운용사도 함께 망하는 경우가 많다.
사모펀드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금력 있는 대기업들이 주도하던 M&A 시장에 사모펀드들이 새로운 거인으로 등장했다.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사모펀드들은 기업 경영에도 영향력을 미쳤다. 오너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한국 기업 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먹튀’ 이미지가 강한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사모펀드의 본질이 싸게 기업을 인수해 성장시킨 뒤 높은 값에 되파는 것이어서 그 이미지를 피하기 힘들다. 은밀한 거래를 추구하기에 언론에 잘 드러나지 않는 특징도 있다. 김 회장은 2021, 2022년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의 대표 자선가로 뽑혔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그룹인 블랙스톤의 창업자 스티븐 슈워츠먼. 그의 이름 앞에는 월스트리트의 황제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교사, 미중을 잇는 제2의 헨리 키신저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영향력이 투자업뿐만 아니라 경제와 외교까지 걸쳐 있는 것이다. 김병주 회장도 자산 1위에 걸맞은 선한 영향력을 더 확산시켜 주길 기대한다.
박형준 경제부장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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