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정부 이송…‘거부권’ 부정 여론에 속도조절 나선 여당

문광호·유설희 기자 2023. 5. 4. 21: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15일 이내 ‘법안 공포’하거나 ‘거부권 행사’해야
간호사 40만명 달해 총선 역풍 우려한 국민의힘 “중재 노력”
민주당 “대선 공약 이행해야”…대통령실 “공식 약속 아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이 4일 정부로 이송됐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해온 국민의힘은 거부권 행사 직전까지 중재 노력을 하겠다며 속도 조절을 했다.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이 감지되자 반발 여론을 최소화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이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을 이행하라고 압박하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을 “공식적으로 약속한 건 아니다”라며 거부권 행사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간호법 안이 정부 부처로 넘어와서 정부 부처에서 의견을 정해야 할 거 같다”며 “양곡관리법도 여러 농민단체의 의견을 들었는데 (간호법은) 관련 단체가 많아서 좀 더 폭넓게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이날부터 휴일을 제외한 15일 이내에 법안을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대한간호협회 등에서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후보가 어떤 협회나 단체에 약속은 하지 않았던 걸로 안다”고 반박했다. 거부권 강행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간호협회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대선 후보로 간호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간호법 제정 등 내용이 담긴 ‘간호협회 정책제안’ 서류를 전달받으며 “간호협회의 숙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대선 캠프 정책본부장이었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월24일 간호협회와 국민의힘 정책간담회에서 “간호법은 우리 국민의힘이 누구 못지않게 앞장서서 조속히 입법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건 (윤석열) 후보께서 직접 약속을 하셨다”고 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11월 ‘2022 간호정책 선포식’에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으로서 참석해 “간호사들이 합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간호법이 합리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국회에서 적극 응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다시 협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러 단체에서 단식도 하고 파업도 하는 상황이라 저희도 그사이에라도 최대한 중재 노력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오전 SBS 라디오에서 거부권 건의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의료현장 혼란을 최소화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충실히 지킬 방안이 어떤 것인지 고민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거부권 행사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간호협회는 지난 2월23일부터 진행 중인 간호법 제정 촉구 서명운동에서 지난 2일까지 58만3085명이 동의했다며 거부권 반대 여론 조성에 나섰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간호법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여론 추이를 살피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거부권 행사가 자칫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40만명에 달하는 간호사들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총선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 여론도 (간호법에) 찬성하는 여론이 더 많지 않나”라며 우려를 표했다.

야당은 반발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간호법은 여야 대표적 공통공약”이라며 “이 문제를 시작으로 해서 여야 공통공약이 빨리 합의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광호·유설희 기자 moonli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