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흙 덮고 용산정원 개방…미군기지 오염까지 덮나
2021년 기준치 36배 유해물질…야 “안전·국익에 모두 위해”
지난해 ‘하루 2시간 이용’ 제한하고도 정화 없이 서둘러 개방
정부 “흙 두껍게 깔고 잔디·꽃 심어…환경기준에 부합” 해명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용산 미군기지 부지에 조성된 ‘용산어린이정원’이 개방되자 야당과 환경단체들은 토양오염을 정화하지 않은 채 서둘러 공원을 조성해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이 “놀랍고 황당하다”며 “지난해에는 오염 위험 때문에 ‘2시간만 지내라’는 조건으로 개방한 지역을 포함한 곳에 15㎝ 흙을 덮어 다시 개방한다. 안전한지 아닌지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안전하지 않다면 국민과 어린이에 위해를 가하는 것”이라며 “안전하다면 오염 정화 비용을 미군과 협상하는 게 미제로 남았는데, 뭘 근거로 미국 측에 (비용을) 요구하겠냐”라고 했다. 그는 “자료를 정부에서 공개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안전하지 않은 것은 명백해 보인다”며 “국민 안전을 놓고 볼 때나 국익을 놓고 볼 때나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오염 토양 정화 과정 없이 흙 덮고 꽃 심어 어린이를 초대한다는 건 어린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실 졸속 이전도 모자라 졸속 토양오염 정화를 통해 아이들 건강을 담보로 정치쇼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함께 용산어린이정원 개방행사에 참석했다. 정부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주변 공간을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공약한 것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어린이정원을 임시 개방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 약 243만㎡(약 74만평) 중 58만4000㎡(약 18만평) 부지를 지난해 반환받았고, 이 중 장군숙소 단지, 야구장 부지, 스포츠필드에 해당하는 약 30만㎡(약 9만평)를 어린이정원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해당 부지에서는 적지 않은 독성 물질이 검출된 데다 토양 정화 작업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2021년 한국환경공단이 미군과 합동으로 수행한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스포츠필드에선 토양 1㎏당 석유계 총탄화수소(TPH)가 1만8040㎎ 검출돼 기준치의 36배를 넘겼다. 장군숙소 구역에서도 TPH와 아연이 각각 기준치의 29.3배, 17.8배 검출됐고, 야구장 부지는 TPH 8.8배, 비소 9.3배가 검출됐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미군기지 반환부지 일부를 개방하면서도 ‘주 3회, 하루 2시간 이용’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녹색연합과 ‘온전한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토양) 정화는커녕 겉만 번지르르하게 흙을 덮고 잔디와 꽃으로 식재를 한들 오염물질에 노출되는 시민들의 안전과 건강은 전혀 보호받을 수 없다”며 어린이정원 개방을 멈추고 토양을 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지난달 25일 “지난해 9·11월, 올해 3월에 실내 5곳, 실외 6곳에 대한 모니터링 등을 진행했다”며 “실외는 측정물질 모두 환경기준치보다 낮거나 주변지역과 비슷한 수준으로 안전했고, 실내도 관련 환경기준에 모두 부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15㎝ 이상 두껍게 흙을 덮은 후 잔디나 꽃 등을 식재하거나 매트·자갈밭을 설치하여 기존 토양과의 접촉을 차단했고, 지상 유류 저장 탱크 등을 통해 안전에 문제가 될 요소들을 원천 차단했다”고 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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