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지면 볼 OR 홈런... 김유성 '충격 안방 데뷔전', 이승엽 감독 얼굴이 굳었다 [잠실 현장]

[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두산 투수 김유성. /사진=OSEN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두산 베어스 딜런 파일의 시작은 창대했지만 그 끝인 미약했다. 그 뒤에 마운드에 선 건 루키 김유성(21)의 홈 데뷔전 투구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김유성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팀이 2-3으로 뒤진 5회초 무사 1,2루에서 구원 등판해 1이닝 3피안타(2피홈런) 5볼넷 5실점하고 물러났다.

팽팽하던 흐름은 순식간에 한화 쪽으로 넘어갔다. 그럼에도 김유성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의 고민을 더 깊어지게 만들었다.

김유성은 개막 후 한 달 가까이 지난 4월 28일 SSG 랜더스전 데뷔전을 치렀다. 학교 폭력 논란으로 3년 전 NC의 지명 철회 아픔을 겪었던 그는 지난해 두산에 지명됐고 최근에야 원만한 합의를 이뤄내 마운드에 설 수 있었다.

당시 팀이 1-4로 끌려가던 8회말 등판해 1이닝 2볼넷 1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2사까지 잘 잡아낸 뒤 수비 실책이 겹쳤고 이후 볼넷 2개를 허용했으나 박성한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강심장임을 입증하는 듯 했다.

이날은 달랐다. 언제든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순간에 위기를 잘 넘겨야 하는 임무를 떠안고 마운드에 등판했다. 프로 데뷔 후 2번째 경기에서 맡은 역할로는 너무도 버거웠던 것일까. 김유성은 크게 흔들렸다.

김유성. /사진=OSEN

노시환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만루를 채우더니 시속 146㎞ 몸쪽 공을 채은성이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만루포를 안겼다. 점수 차가 2-7까지 벌어졌다. 자신의 잘못으로 실점을 했지만 이미 벌어진 점수 차에 보다 편하게 투구를 할 수도 있었다. 약간은 기울어진 흐름 속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게 그 다음 그의 임무였다.

그러나 김유성의 '볼질'은 계속됐다. 김인환, 최재훈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다. 문현빈을 2루수 땅볼로 잡아낸 뒤 오선진에게 다시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고 장진혁에게 1타점 적시타까지 맞았다. 최재훈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더 내주고 나서야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좀처럼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넣지 못했고 볼과 차이도 매우 컸다. 포수 장승현이 그의 공을 잡기 위해 몸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 잦았다.

점수는 2-9. 6회 다시 김유성이 마운드에 올랐다. 다소 제구가 잡히는 것 같았지만 노시환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뒤 채은성에게 다시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결국 두산 벤치가 움직였다.

아웃카운트를 단 3개 잡아내는 동안 51구를 던졌다. 이 중 볼이 34구에 달했다. 67%가 볼이었다.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원래 제구가 좋은 투수로 알고 있는데"라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중계 카메라에 잡히는 이승엽 감독의 표정도 싸늘히 식어있었다. 장승현이 계속 힘을 빼고 던지라는 몸짓을 했지만 김유성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2군에서 더 경험을 쌓을지 1군에서 부담 없는 상황에서 등판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누구보다 적극적이지 못한 승부를 싫어하는 이승엽 감독에게 이날 김유성의 투구는 어떤 이유로도 납득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