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에 ‘취업제한’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물러난다…형과 다툼 ‘눈살’
배임으로 실형을 받고 결국 취업제한까지 걸렸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일선 경영에서 물러난다. 박 회장의 퇴진으로 금호가의 2세 경영도 막을 내리며 3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전날 경영진에게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일선 경영에서 손을 떼고 무보수 명예회장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의 4남이다. 1976년 한국합성고무(현 금호석유화학)에 입사해 47년간 석유화학 업계에 몸담았다.
특히 박 회장의 말년은 형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다툼으로 점철됐다.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갈등으로 2009년 이른바 ‘형제의 난’을 겪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유동성 위기로 2009년 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결국 금호가는 두 형제의 갈등으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쪼개지며 그룹의 위상이 급하강했다. 이후로도 둘은 상표권 맞소송을 벌이고 고발전을 벌이는 등 수년간 다툼을 이어갔다.
박 회장이 퇴진을 결정하는 데는 대법원 판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12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기소된 박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집행유예 기간인 이듬해 3월 박 회장은 금호석화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나 법무부는 취업제한 기간을 문제로 승인하지 않았다. 이후 취업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2심에서는 박 회장이 승소했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됐다.
박 회장이 최근 소를 취하하면서 1심 판결이 확정돼 2025년 말까지 취업이 제한된 현실에서 퇴진을 택할 수밖에 없던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2021년에는 조카인 박철완 상무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박 상무로부터 소유·경영과 지배구조, 취업제한 불복 행정소송, 과거 유죄 판결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박 회장은 2021년 6월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에서 물러났고, 전문경영인인 백종훈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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