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꼭 결혼해야 아기 낳냐, 발상의 전환 필요”…비혼가구 지원 논의
비혼가구 및 혼외 자녀 지원·생활동반자법·차별금지법 등 논의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꼭 결혼을 해야 아기를 낳는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혼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충분히 아이를 기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고 의원의 생각이다. 비혼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여전히 한국의 인구위기 대응책은 전통적인 ‘혼인체제’의 토대 위에 서 있기에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고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민정과 함께하는 인구위기 대응 연속기획, 생존과 공존: 비혼’ 토론회에서 “비혼을 선언하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정책, 제도는 오로지 4인 가족에 맞춰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행사는 고 의원이 인구위기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연속 기획한 토론회다. 행사는 총 일곱 차례에 거쳐 MZ세대·비혼·다양한 가족· 지방러의 서울살이·워킹맘·아빠육아·미래 등 주제를 다룬다.
고 의원은 환영사에서 “결혼은 선택인데 (국가가 개인에게) 결혼을 선택하게끔 해야 하는가, 왜 꼭 결혼을 선택해야만 인구위기가 극복되는가 고민해야 한다”며 “최근 생활동반자법도 발의됐지만 동거하면서 태어난 아기들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게 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들을 비정상으로 가둬 놓고 있다”고 밝혔다.
‘생활동반자법’은 지난달 26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 성인 두 사람이 상호 합의에 따라 일상생활과 가사 등을 공유하며 서로 돌보는 관계를 ‘생활동반자관계’로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생활동반자 관계로 규정될 경우 가사로 인한 채무의 연대책임, 친양자 입양 및 공동입양 등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 받는다.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 출산휴가, 인적공제, 가정폭력방지 등의 제도도 해당된다. 앞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생활동반자 제도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밝히기도 했다.
토론 좌장을 맡은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987년 체제에 고착화된 한국사회의 상상력 빈곤이 결국 다름을 받아들일 수 없는 한국사회를 계속 만들고 있다”며 “그 중 하나가 이러한 틀 속에서 비혼동거가구, 1인가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젠 말잔치에서 벗어나서 할 수 있는 단계적 변화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법, 제도를 변화시키고 문화 등 규범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혼 사례자로 참석한 자영업자 김종현씨는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1인가구는 2~30대, MZ세대에 한정되어있는데 1인가구 통계를 보면 7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30대까지 혼자 살았으니까 결혼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렇게 느끼게 하려고 제도를 이렇게 설계했구나 느꼈다”고 토로했다.
발제를 맡은 장민선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족다양성과 1인가구’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사회적으로 보장되는 법적 가족 돌봄자는 혈연 중심인데, 이에 대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가족이 없거나 단절된 경우에 가족이 아니지만 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사람이 제대로 된 법적 권리를 가지거나 그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형성을 지원해야 하고, 관련해 서울특별시에서 제안한 ‘1인가구 조례’에서 논의됐던 ‘사회적 가족’이라는 정의를 인정해야 한다”며 “가족이 해온 돌봄 기능을 나눠서 할 수 있도록 가족의 범위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발제자인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는 결혼과 자녀 출산을 묶어서 생각한다”며 “결혼에 대해선 우리사회 인식이 빠르게 변화했지만, 자녀 출산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이 공존해, 전통적 가치관과 개방적 가치관이 맞물려 돌아가는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변 위원은 “한국의 혼외 출생률은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여전히 2%내외에서 증가하지만, OECD 평균을 보면 40.7%”라고 부연했다.
변 위원은 “우리나라의 동거 인구가 몇 명이길래 법을 만들어야 하냐고 누군가 물으면 여기에서부터 답변이 막힌다”며 “관련 통계를 구축하고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항상 말했지만,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했다.
‘비혼 동거’ 가구를 정의할 때 ‘이성 간 동거’ 뿐 아니라 ‘동성 간 동거’도 제도적 틀에 넣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외롭지 않을 권리’ 저자인 황두영 작가는 차별금지법의 빠른 통과를 촉구하며 “헌법에선 ‘혼인’이라는 개념을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생활동반자법’은 혼인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그런데 이성 커플에 대해서만 혜택을 주면 평등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new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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