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사실상 ‘라스트 스텝’...파월, 6월 동결 가능성 시사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3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연 5.0~5.25%까지 올랐다.
미 연준은 2020년 코로나 위기로 경제가 곤두박질치자 제로(0) 금리 정책을 폈지만, 돈 풀기 정책의 후폭풍으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닥치자 작년 3월 금리를 빠르게 올리기 시작했다. 그 후 1년 2개월 만에 금리를 5%포인트 올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같이 나타나는 일)이 닥친 1980년대 이후 가장 숨 가쁜 금리 인상 사이클을 만들었다.
금리를 올리기는 했지만, 연준은 이번 금리 정책 결정문에서 직전 결정문에 들어 있던 ‘추가적 정책 긴축(some additional policy firming)이 적절할 수 있다’는 표현을 삭제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부분을 콕 집어 “의미 있는 변화”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금리를 더 올리지 않고 동결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연준이 금리 인상 중단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고 했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파월 의장이 사실상 금리 인상 중단 방침을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금리 인상 마무리 수순
파월은 기자회견에서 “금리 5%포인트 인상은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추가 긴축이 적절한지는 회의 때마다 입수되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다”라고 하는 등 금리 인상을 곧 중단하겠다고 해석할 만한 얘기를 여러 차례 했다.
또 이번 정책 결정문에서 향후 경제지표에 따라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이런 표현이 2006년 연준이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했을 때 쓴 표현과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2006년 연준은 “추가 긴축 정도와 시기는 인플레이션 및 경제성장 전망의 전개 양상에 좌우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 연준은 금리를 연 5%에서 연 5.25%로 0.25%포인트 올리고 인상을 멈췄다.
경제 분석 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앤드루 헌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발표한 FOMC 정책 성명은 이번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 되리라는 가장 확실한 힌트를 제공했다”고 했다.
◇매파적 일시 정지?
다만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더라도 바로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게 퍼져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매파적 발언도 적지 않게 했다. 매파는 연준 내에서 물가를 잡고자 강한 긴축을 하자는 세력을 가리킨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 금리 인하를 지지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더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설 준비도 돼 있다” 같은 말을 했다. 파월 의장은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탄력적”이라고 하면서, 최근 불거진 미국 중소 지방은행 위기를 핑계로 금리 인하를 앞당기지는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제이 브라이슨 웰스파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매파적 일시 정지(hawkish pause)’ 신호를 줬다”며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사상 최대로 벌어진 한미 금리 차
미국의 금리 추가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는 1.75%포인트로 사상 최대가 됐다. 그런데 이날은 한국 시장에 큰 영향이 없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5.39원 급락해 1322.8원에 거래를 마쳤다. 금리 차가 커져 외국인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간다면 원화 환율이 올라야 하지만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가팔랐던 금리 인상기가 어쨌든 끝나간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1.75%포인트라는 금리 격차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하 교수는 “하반기 우리 수출 회복이 되지 않거나 미국이 고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하는 등 시장 기대를 벗어나는 상황이 벌어지면 금리 차이를 버틸 여력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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