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축제, 서울광장서 못 연다”...서울시, 8년만에 불허
서울시가 오는 6~7월 열릴 예정인 성(性) 소수자 축제 ‘서울퀴어문화축제(이하 퀴어 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다.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개최한 2020·2021년을 제외하고, 2015년부터 매년 허용한 서울광장을 8년 만에 처음 불허한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3일 서울광장 사용 여부를 심의·의결하는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열고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낸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불허했다고 4일 밝혔다.
퀴어 축제는 우리나라 최초의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 축제다. 2000년 이후 매년 여름 열리고 있는데, 서울광장에서 열린 것은 2015년부터다.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개최한 2년을 빼면, 총 6차례 서울광장을 이용했다. 지난해 축제 때는 1만3000여 명이 참가해 서울광장 일대에서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도 참여했다.
이번 불허 결정에 대해 퀴어축제 조직위원회 측은 “서울시의 부당한 개입, (성 소수자) 혐오 세력의 압력 등으로 인한 결과”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7월 1일 서울퀴어퍼레이드는 반드시 열린다.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도심 행진 강행을 예고했다.
서울시는 “관련 조례에 따라 적법하게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3일 퀴어축제 조직위가 “오는 6월 30일~7월 1일 서울광장을 사용하겠다”는 신청서를 냈는데, 같은 날 기독교계 단체인 CTS문화재단도 “6월 30일~7월 1일 서울광장에서 ‘청소년·청년을 위한 회복 콘서트’를 열겠다”고 광장 사용 신청서를 제출했다. 광장 하나를 두고 중복 신청이 들어온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조례에 따라 CTS문화재단이 낸 신청서를 받아들였다.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6조는 ‘사용일이 중복된 경우 신고 순위에 따라 수리하되 어린이·청소년 관련 행사, 공익적 행사 등을 우선 수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양측에 “같은 날 중복 신청이 들어왔으니 행사 날짜를 조정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으나 양측 모두 조정이 어렵다고 답변해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열었다. 시민위원회는 재적 위원 12명 중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돼 있는데, 이날 출석한 9명 전원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행사인 CTS문화재단 행사를 찬성했다고 서울시는 전했다.
지난해 서울시는 과도한 신체 노출 금지 등 조건부로 퀴어 축제 측에 서울광장 사용 허가를 내줬다. 당시에는 퀴어 축제 측이 단독으로 사용 신청을 내 이번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성 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행동은 이날 “해당 조례는 ‘성별, 장애, 정치적 이념, 종교 등을 이유로 광장 사용에 차별을 두면 안 된다’고 돼 있는데 서울시가 형식적인 우선순위를 내세워 광장 사용을 불허했다”며 “성 소수자를 밀어내고 차별과 혐오로 광장을 메우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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