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길어질 고금리 세상, 금융·가계 부실 대비해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또 올렸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5.00~5.25%로 2007년 이후 가장 높아졌다. 3.50%인 한국과의 금리 격차도 1.75%포인트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보다 금리가 낮다는 점 자체가 한국 경제에 큰 불안 요인이다. 다행히 4일 국내 금융시장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약보합을 보였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5원 넘게 떨어졌다. 그러나 미국 중소형 은행 파산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은 지속되고,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져 원화 가치 하락을 압박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작은 충격만으로도 외자 유출과 환율 급등이라는 악순환이 일어날 우려가 높다. 정부와 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금융 불안에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한·미 간 금리 격차와 물가 등을 고려하면 오는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선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경기 상황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에선 지난해 3월 시작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올 하반기엔 인하로 전환될 거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나,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엔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4월 3%대를 기록하며 둔화했어도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지수는 여전히 4.6%로 높고, 전기·가스료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연내 기준금리 인하엔 선을 그었다.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본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그늘은 짙어지고 있다. 가계·기업의 상환 여력이 떨어지면서 은행과 카드사의 연체율이 일제히 상승하고,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으로 신용보증기금의 소상공인 대출 보증 부실률은 10%에 육박하고 있다. 경제 활력이 떨어져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0.4%)를 기록했고 올 1분기는 0.3% 상승에 그쳤다. 정부는 이 책임을 한은에 떠넘겨 금리 인하를 압박하지 말고, 재정과 통상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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