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도 나이도 이겨낸다 … 그들의 '아름다운 도전'
"동수야, 끝나고 만나자."
'골프계 우영우'로 불리는 이승민(26·하나금융그룹)이 라운드 중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자폐성 발달 장애를 가진 이승민은 18개 홀을 도는 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끝나고 만나자"를 외치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4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CC에서 개막한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만난 이승민은 "만족스러운 골프를 하기 위해서는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동수는 이번 대회가 끝나고 만나려고 한다"며 "지난겨울 100일간 지옥 훈련을 했다. 세 번째로 출전하는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컷 통과를 노려볼 것"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이날 이승민은 1오버파 72타 공동 70위에 자리했다.
이승민이 말한 동수는 가상의 인물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가 고래를 좋아하는 것처럼 이승민은 동수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경기 중에 "할 수 있다"를 계속 말하는 이유도 최고의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다. 이승민은 "이번 대회에서 컷 통과하는 건 올해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다.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남서울CC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짜릿할 것 같다"며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내가 좋아하는 골프를 즐겁게 쳐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장애인 US오픈 우승을 골프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꼽은 이승민은 최근 평생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이승민은 "지난달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골프존 오픈에서 공식 회원증 등을 받고 깜짝 놀랐다"며 "하루 종일 웃음이 나올 정도로 행복했다. 지난해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통과하지 못한 아쉬움이 한 번에 녹아내렸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GS칼텍스 매경오픈 컷 통과와 함께 이승민이 올해 이루고 싶은 두 가지 목표가 더 있다. 첫째는 장애인 US오픈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코리안투어 정규투어 출전권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승민은 "지난해 우승의 감격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 여기에 코리안투어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출전권을 획득하면 대박"이라며 "원하는 결실을 맺기 위해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를 20야드 이상 늘렸다"고 말했다.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골프팬들과의 만남도 기대하고 있다. 이승민은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러주면 힘이 난다"며 "골프팬들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의 마스터스'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주목받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있다. 최연소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안성현이다. 2009년생인 안성현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최연소 컷 통과(13세4개월) 등 한국 남자골프 최연소 기록을 여러 개 보유한 특급 기대주다.
4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CC에서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 1라운드에서 공동 25위(2언더파 69타)에 이름을 올린 안성현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한국 최고의 대회에 출전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한 안성현은 "분위기가 아마추어대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며 "골프팬들에게 안성현의 이름을 알릴 수 있도록 열심히 쳐보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름 뒤에 최연소가 붙는 부담감은 없을까. 안성현은 "부담감이 있긴 하다. 그렇지만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며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는 게 지금도 신기하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매년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안성현의 강점은 정교한 샷이다. 똑바로만 치는 건 아니다. 전 유도 국가대표였던 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은 안성현은 티잉그라운드에서 가볍게 270m를 날린다. 안성현은 "아직 부족하지만 드라이버와 아이언샷을 원하는 곳으로 보낼 자신이 있다"며 "정교한 샷으로 까다로운 남서울CC를 차근차근 정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GS칼텍스 매경오픈 데뷔전에서 안성현이 세운 목표는 베스트 아마추어다. 안성현은 "역대 베스트 아마추어 명단에 내 이름이 올라가면 좋겠다. 국가대표 형들과 연습 라운드를 돌며 잘해보자고 각오를 다졌다"며 "이번 대회를 기분 좋게 마칠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안성현이 베스트 아마추어를 넘어 정상에 오르면 GS칼텍스 매경오픈 역사상 최연소이자 세 번째 아마추어 우승자가 된다. GS칼텍스 매경오픈 1회 대회 때 재일동포 김주헌이 트로피를 품었고, 2002년에는 뉴질랜드 동포 이승룡이 19세 나이로 선배들을 제치고 챔피언 자리에 오른 바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최종 목표로 삼은 안성현은 꾸준히 잘 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임성재, 김주형 등처럼 PGA투어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누구나 다 인정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믿고 보는 안성현이 되는 날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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