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일 만에 마주앉는 한-일 정상…‘퍼주기 외교’ 비판 끝낼까
과거사 기존 입장 반복 가능성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논의
대통령실은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7일 대통령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갖고 안보와 첨단산업, 과학기술, 청년·문화협력 등 양국 간 주요 관심사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시다 총리는 앞서 한-일 관계의 개선을 주도한 윤 대통령님의 용기 있는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이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번 답방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을 통해 (지난 3일) 전해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두 정상은 소인수 회담과 확대회담을 잇달아 연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한다고 이 대변인은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기시다 총리의 오는 7~8일 1박2일 방한이 “양국 간 셔틀 외교가 본격 가동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일 셔틀 외교는 2011년 12월 이후 12년 만이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회담은 지난 3월16일 도쿄에서 열린 지 52일 만이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죄·반성을 직접 언급하지 않을 경우, 한국만의 ‘퍼주기 외교’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올여름으로 전망되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관련 문제도 뜨거운 회담 의제다.
과거사 문제의 경우 기시다 총리가 직접적인 사죄·반성 언급 대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2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역사 인식에 대해 기시다 총리가 역대 일본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같은 수준이다. 당시 한국에서는 “사과라고 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역대 내각의 입장’엔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밝힌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뿐만 아니라, “뒤세대의 아이들에게 사과를 계속할 숙명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아베 담화’(2015년 8월14일)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이르면 7월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인 만큼, 이번 회담에서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의견 교환이 오갈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후쿠시마 오염수는 양국 간에 의제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면서도 “언론과 국민이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굳이 우리가 현안에서 제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9년부터 한·일 양자 간 조사도 검토해왔으나,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과정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실제 채택될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현재 일본 쪽에서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후쿠시마 오염수를 독자 검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일본이 제공한 정보에 기반한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도화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양국 협력 방안도 주요하게 다뤄질 예정이다.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방안 등에 관한 후속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열흘 만에 열리는 회담인 만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대한 논의도 예상된다. 경제 분야에서는 반도체 공급망 강화가 주요 관심사다. 기시다 총리는 방한 이튿날인 8일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6개 경제단체장과 만나 한-일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같은 날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 의원들과 만남도 추진중이다.
두 정상과 김건희 여사, 기시다 유코 여사의 친교 행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3월 도쿄에서 환대받은 윤 대통령은 두 정상 부부가 참석하는 만찬 장소로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최종 후보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숯불 불고기 등 각종 전통 한식 메뉴와, 일본 사케를 즐기는 기시다 총리의 취향을 고려한 한국식 청주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양국 공동선언문은 도출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공동 기자회견은 하지만 거기서 어떤 선언이 나온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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