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투여형 바이오캡슐로 세계 ‘디지털 축산’ 시장 정조준” [세계로 뛰는 중소기업]
길이 8㎝ 캡슐 투여기 타고 소 입 안으로
도축될 때까지 위 머물며 생체정보 전송
건강 주기적으로 체크 개체수 관리 도와
귀·목·다리 부착 탐지기보다 관리 용이
발정 시기 조정 호르몬제 대체 역할 기대
“클린 푸드 추세로 관련 시장 더 커질 것”
국내서 유일 국산 기술로 美 시장 진출
베트남 법인과 MOU 맺고 연내 시장 공략
여성 스타트업 대표로서 멘토링도 앞장
길이 8㎝의 하얀색 캡슐이 비타민 투여기를 타고 소 입 안으로 쏙 들어간다. 캡슐은 소가 도축될 때까지 위에 머물면서 체온을 포함해 건강 상태 등을 앱으로 보낸다. 체온 변화에 따른 발정 주기도 확인할 수 있다. 농가에서는 소의 건강뿐 아니라 개체 수도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김희진 대표는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과학 기술대상을 받는 순간 모든 고난을 보상받는 듯했다”고 회상했다.
이화여대 컴퓨터공학 학·석·박사 출신인 김 대표가 디지털 축산 분야 창업에 뛰어든 건 아버지 영향이 컸다. 영남대 축산과를 2기로 졸업한 아버지 주변에는 소를 키우는 지인이 많았다. 2011년 구제역이 농가를 휩쓸 때 농민들의 고민이 남 일 같지 않았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계기는 박사 과정 중 접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가축 질병 예방 시스템 과제에서였다. 김 대표는 소에게 먹이는 비타민이나 마그네슘 캡슐에 주목했다. 캡슐을 통해 소의 건강을 관리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후 2012년 창업해 2015년 정식 서비스를 내놨고, 2017년 12월 국내 최초로 한국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동물용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다.
사업 초기에는 질병 탐지에 주력했다. 농장주들을 만나면서 소의 발정 탐지에 더 많은 수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송아지의 임신과 출산이 곧 농가의 수익으로 이어지는데 인공수정 시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다. 김 대표는 “일반적으로 100마리가 넘어가면 발정 탐지 시기를 맨눈으로 관찰하기 어려워진다”며 “기존에도 발정 탐지기 시장이 있었는데 탐지율이 보통 50% 정도로 낮다”고 설명했다.
기존 생체 정보 탐지기가 소의 귀나 목, 다리 등에 부착되는 것과 비교해 경구투여형은 더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목에 기기를 달면 소가 자랄 때마다 기기의 길이를 조정해 줘야 한다. 사육 규모가 커지면 만만치 않은 노동력이 투입돼야 하는 일이다.
발정 시기를 조정하는 ‘호르몬제 투입’의 대체재 역할도 한다. 미국에선 인공수정을 편리하게 하고자 소들이 같은 시기에 발정이 오게끔 호르몬제를 투입하는 일이 빈번했는데, 지난해 말부터 주(州)별로 이를 금지하는 추세다. 호르몬제를 맞은 소를 사람이 먹을 경우 그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김 대표는 “클린 푸드 추세에 (축산 분야 생체 정보 탐지)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라이브케어로 관리된 소는 누적 4만3000마리, 누적된 생체 데이터는 10억건이 넘는다. 여기엔 해외 축우도 포함돼 있다. 2019년 2월에 일본 농가에 1000개가량을 수출했고, 지난해 8월에는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벨라홀스타인농장과 40만달러(약 5억3400만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9월엔 미국 축우 모니터링 전문기업과 340만달러(45억40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김 대표는 창업할 때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뒀다. 국내 시장은 너무 작다는 판단에서다. 전 세계 축우는 약 15억마리에 달하는데 국내는 370만마리 정도다. 순위로 따지면 16위다. 소가 가장 많은 나라는 3억마리 규모인 인도이지만, 축우만 따졌을 때는 브라질이 2억5000마리로 가장 많다. 남미 지역 다음으로는 미국이 1억마리로 가장 큰 시장이다. 420만마리 규모인 일본은 한국과 같이 고급 우육 시장이 발달했다.
김 대표는 “미국은 축산 선진국이어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여타 해외 업체를 만날 때면 ‘미국에 진출했느냐’는 질문을 꼭 받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순수하게 국산 축산 디지털 기술로 수출하는 데는 유라이크코리아가 유일하다”며 “일본, 미국 외에도 남미 쪽으로도 크고 작은 수출 건이 계속 있다”고 했다.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유망 시장인 베트남 진출이다. 지난달 11일 CJ올리브넥스웍스 베트남 법인과 베트남 시장 공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향후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등과도 연계해 베트남 진출을 위한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여성벤처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 대표는 아직 소수인 여성 스타트업 대표로서 네트워킹도 적극 나서고 있다. 모교인 이화여대와 여벤협에서 멘토링 요청이 왔을 때 마다한 적이 없다. 김 대표는 “앞선 선배들이 끌어주는 게 필요하기도 하고, 제가 경험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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