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표준은 미국으로 통한다? 미 ‘핵심·신흥기술 표준 전략’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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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첨단기술 분야의 경쟁에서 중국을 누르고 자국 중심으로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핵심·신흥기술 국가 표준 전략'(표준 전략)을 내놨다.
하지만, '표준 전략'이 미국 진영과 중국 진영으로 세계 경제를 분열시킬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어떤 나라도 배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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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등 주요 동맹국 압박 가능성도
미국이 첨단기술 분야의 경쟁에서 중국을 누르고 자국 중심으로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핵심·신흥기술 국가 표준 전략’(표준 전략)을 내놨다. 미-중 경제의 탈동조화와 세계 경제 블록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등 주요 동맹국들과 함께 이 전략을 시행하겠다고 밝혀 경제적 합리성이 떨어지더라도 미국 표준을 따르라는 요구가 강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백악관은 4일 “국제 표준 개발에서 미국의 지도력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표준 전략’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산업적 의미에서 표준은 기술·성능·규격 등을 통일하는 것으로, 이를 주도하고 선점하면 경쟁력과 경제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표준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기술이나 제품은 다른 제품·서비스와의 연결·호환성이 떨어지고 분업 구조에 끼지 못해 도태될 가능성이 커진다.
‘표준 전략’은 △핵심·신흥기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로 표준 개발 지원 △국가 안보에 핵심적인 기술 분야 등에서 민간의 참여 확대 △표준 개발 인력 확충 △동맹·파트너 국가들과의 통합성 강화 등을 주요 추진 항목으로 내세웠다. 미국은 반도체·컴퓨팅·인공지능(AI)·바이오·통신 등에서 표준 개발을 주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5세대(5G) 통신 기술에서 중국에 뒤진 미국은 차세대인 6세대(6G) 기술은 앞서 개발하고 표준을 선점한다는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3일 브리핑에서 “세계 무역의 약 93%가 표준의 영향을 받고, 무역액 수조달러가 이것에 달렸다는 분석이 있다”며 표준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표준 전략’이 미국 진영과 중국 진영으로 세계 경제를 분열시킬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어떤 나라도 배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경제와 안보에 필수적인 핵심·신흥기술 분야에서 특히 더 지도력 확보와 표준 개발에 집중하는 전략적 경쟁자들이 있다”며 중국의 기술 발전과 세계시장 장악 차단이 이번 전략을 추진하는 주요 목표임을 내비쳤다.
미국이 “뜻이 비슷한” 동맹·파트너 국가들과 안보 전략 차원에서 ‘표준 전략’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도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 움직임이 본격화하면 미국 진영과 중국 쪽과 경제적·기술적 탈동조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맹들과 공조에 대해 미-유럽연합(EU) 무역기술위원회(TTC)나 쿼드(미국·인도·일본·오스트레일리아) 협의체를 예로 들었다. 티티시는 중국을 상대로 한 기술 통제 의도를 지닌 협의체이고, 비슷한 취지의 중국 견제를 위한 협의체인 쿼드 역시 결성 목표로 국제 표준 협력을 꼽고 있다.
그에 따라 미국은 한국 등 동맹국들에게 ‘표준 전략’에 동참하도록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는 지난달 26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를 신설해 바이오·배터리와 에너지 기술·반도체·디지털·양자(퀀텀)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첨단기술과 국가 안보와의 관계가 더욱 밀접해지는 가운데 양국 간 첨단기술 협력을 국가 안보의 시각에서 다룰 필요성이 커졌다”고 했다. 또 바이오 분야는 표준 개발도 공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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