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간호법 거부권 행사 무게…민주 “공약 파기” 반발

김미나 2023. 5. 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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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간호사 처우 개선과 지역사회 간호 등의 내용을 담은 간호법 제정안에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여론을 살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이 4일 보건복지부로 이송되자, 의사·간호조무사 단체는 오는 16일 열릴 국무회의를 최종 기한으로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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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 앞마당에 조성된 용산어린이정원 개방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이 간호사 처우 개선과 지역사회 간호 등의 내용을 담은 간호법 제정안에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여론을 살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이 4일 보건복지부로 이송되자, 의사·간호조무사 단체는 오는 16일 열릴 국무회의를 최종 기한으로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해당 법안이 부처로 이송된 이날부터 휴일을 제외한 15일 이내(이달 25일)에 간호법을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이해 당사자 간 의견을 들었을 때 (간호법에) 문제가 있다. 문제가 있으면 (법에) 동의하면 안 된다”며 “대통령께도 그런 내용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간호법이 간호사와 의사, 간호조무사 등 의료계 직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가능성에 방점을 둔 것이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게 양곡관리법에 이어 간호법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공언했고, 방송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도 야당이 밀어붙일 경우 같은 요청을 한다는 방침이다. 정국을 더 얼어붙게 만들 쟁점 법안이 줄줄이 재의요구권 카드를 기다리는 셈이어서, 윤 대통령으로선 간호법을 거부할 경우 정치적인 부담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과 정부는 지난달 양곡관리법 재의요구권 행사 때와 마찬가지로, 시기를 두고 여론 추이를 살피며 ‘명분 쌓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과 정부 의견, 의료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겠다. 아직 기한이 남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료현장 혼란을 최소화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충실히 지킬 방안이 어떤 것인지 고민해서 (재의요구권 건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집단 진료거부와 집회 등 의사·간호조무사 단체 등의 집단행동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혼란 최소화’를 강조하며 재의요구권 행사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재의요구권 행사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는 야당은 대선 공약 파기라고 공격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간호법은)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공약했던 사안인데, 어떤 명분으로 거부권을 (행사)하신다는 건지 (의아하다).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장기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대선 때인 지난해 1월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여러분의 헌신과 희생에 우리 국민과 정부가 합당한 처우를 해주는 것이 바로 공정과 상식”이라며 “간호사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고 국회가 제 역할을 해주도록 저도 우리 원내 지도부와 의원님들께 간곡한 부탁을 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간호법이 숙원 사업인데 말씀 부탁드린다’는 사회자의 요청에는 “법안이 국회로 오게 되면 정말 공정과 상식에 합당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저희 의원님들께 잘 부탁드리겠다”고 답했다. 당시 현장에는 ‘간호법 제정으로 국민 건강 지키겠습니다’라는 펼침막이 걸렸고,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들이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 등이 담긴 정책 제안서를 윤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퍼포먼스까지 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전날 유튜브에 당시 현장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시 윤 후보가 간호협회를 방문했을 때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 정도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안다”며 ‘공약’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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