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일 이슈] 반세기 만에 타국에서 세상과 만난 직지…“언젠간 본향에서”

이유진 2023. 5. 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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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청주] [앵커]

프랑스 파리에서 직지가 반세기 만에 공개됐습니다.

직지 국내 전시 가능성은 아직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데요.

직지를 선보인 전시회 현장부터 그 속에 담긴 가르침, 그리고 환수 과제까지 한눈에 짚어보겠습니다.

무슨일이슈, 이유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금속활자 발명으로, 지식의 확장 시대를 연 인류 기록 역사를 살펴보는 자리.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지난달 12일부터 넉 달 동안 소장하고 있는 금속활자본 270점을 공개합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끈 건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입니다.

직지가 대중에 공개된 것은 1973년 열린 전시회 이후 50년 만입니다.

[강채린/전시회 관람객 : "파리에서 여러 전시를 많이 다니는데 이렇게 한국 직지에 관련된 전시를, 50년 만에 공개된 전시를 보러올 수 있게 돼서 너무나도 영광입니다."]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0여 년 앞섰지만, 여전히 그 위상은 가려진 상황.

그러나 긴 잠에서 깨어난 직지는 이번엔 당당히 전시회장 가장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로랑스 앙젤/프랑스 국립도서관장 : "전 세계와 유럽의 인쇄 역사를 쓴 건 한 사람(구텐베르크)뿐만이 아닌, 이전에도 인쇄가 있었다는 것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수백 년 세월에도 또렷한 가르침의 글귀.

전시 도중에도 조명 세기까지 하나하나 살피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영구 보존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나탈리 코아이/프랑스 국립도서관 큐레이터 :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보관 방식은 매우 철저하며 이번 전시회에서도 출입 규제와 보안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펼쳐진 직지 단면에 담긴 가르침은 '분별없는 깨달음'.

선과 악, 고요와 산란 등 서로 배치되는 개념이 결코 다르지 않다며, 모든 것에 얽매이지 않는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길 강조하고 있습니다.

고려 시대 말인 1377년 청주 흥덕사지에서 직지를 펴낸 백운 스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계층과 배움의 정도에 구애받지 않는 개인의 수양과 모든 것을 놓아 자유로워지는 마음의 '쉼'을 역설한 백운 스님.

시대와 인종을 뛰어넘어 적용되는 변하지 않는 진리입니다.

[야뉙 브뤼느통 교수/파리 제7대학/직지 불어판 번역가 : "직지 원문을 그냥 읽는 것은 단순한 자료수집에 불과합니다. 직지의 특별성은 깨우침을 위한 전승의 연대기에 있습니다."]

이 같은 선조의 지혜를 더 가까운 곳, 특히, 본향인 청주에서 볼 수는 없을까.

직지 국내 전시 가능성을 묻는 말에 프랑스 국립도서관 측은 즉답을 피했습니다.

다신 직지를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입니다.

직지를 환수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법안이 2018년 발의됐지만, 오히려 문화재 약탈국을 보호할 수 있다는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청주시 등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과거 직지 환수 문제를 두고 얼어붙었던 두 나라 관계가 점차 나아지고 있어섭니다.

청주 고인쇄박물관과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2년 전, 직지 현상을 지키자는 데 뜻을 모아 과학적인 분석을 거쳐 직지를 그대로 재현한 복제본을 만들었습니다.

또, 이번 직지 공개 전시를 계기로 이뤄진 협약 덕분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잠든 우리 문화유산 2,000여 점이 새롭게 빛을 볼 예정입니다.

당장은 무너진 신뢰 회복에만 기대야 하지만, 가까운 미래엔 교류의 문이 더 크게 열리길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라경준/청주 고인쇄박물관 학예실장 : "반환 운동 서명이 있으므로 인해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신뢰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하는 그런 점은 좀 있었습니다. 양 기관에 충분히 신뢰가 쌓이면 언젠가는…."]

[이범석/청주시장 : "국회와 중앙정부,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지속적인 협력과 협의를 통해서 머지않아 국내에도 전시할 수 있도록 특히 우리 청주에서도 전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주권을 빼앗긴 암울한 시대, 머나먼 타국으로 넘어가게 된 직지.

직지를 비롯해 고향을 떠나있는 우리 선조들의 소중한 문화 유산이 언젠가는 우리 품으로 되돌아 오길 기대해봅니다.

촬영기자:김성은

이유진 기자 (reasontr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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