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기시다' 행보 나선 일본 자민당 간사장... 라이벌 밀어주는 기시다

최진주 2023. 5. 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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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 미국을 방문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등 유력 인사들을 만나며 '포스트 기시다'를 겨냥한 행보를 본격화했다.

슈칸분슌은 "기시다 총리가 올여름 단행할 개각 및 자민당 간부 인사 때 오부치 위원장을 간사장에 임명하거나 주요 각료로 등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모테기파 내에서 오부치를 차기 총재 후보로 세우려는 분위기가 고조돼 파벌 내부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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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테기, 미국 방문해 블링컨·설리번 등 만나
지지율 1.1%... 낮은 대중적 인기는 걸림돌
기시다, 모테기 경쟁자 밀어주며 견제 나서
모테기 도시미쓰(왼쪽)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 2일 미국 워싱턴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면담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 국무부 제공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 미국을 방문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등 유력 인사들을 만나며 ‘포스트 기시다’를 겨냥한 행보를 본격화했다. 언론 인터뷰에서도 내년 9월 예정된 당 총재 선거에 도전할 의향을 시사했다. 반면 재선을 원하는 기시다 총리는 모테기 간사장의 라이벌을 밀어주며 견제에 나서고 있다.

4일 일본 민영방송 닛폰텔레비전(닛테레)에 따르면, 모테기 간사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블링컨 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민주·공화당 상원의원 등 총 11명과 만났다. 닛테레는 유력자를 다수 만난 데 대해 “이례적 환대”라며 “미국 측이 모테기 간사장을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모테기 간사장도 주변에 “(미국) 현지의 기대를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민영방송 TBS 인터뷰에서도 모테기 간사장은 ‘야심’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은 간사장으로서 기시다 총리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뿐”이라면서도 “동료 의원과 지지자들의 기대는 알고 있고, 때가 되면 스스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적절한 시점에 총재 선거 도전 의향을 밝히겠다는 뜻이다.


경력은 충분, 국민적 인기는 없어

모테기 간사장은 아베파(100명), 아소파(55명)에 이어, 54명의 의원이 소속된 자민당 내 3대 파벌 모테기파(헤이세이 연구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외무장관, 경제산업장관, 경제재생장관 등을 역임했고 자민당 내에서도 선대위원장, 정조회장에 이어 ‘넘버 2’인 간사장까지 맡았으므로 차기 총리에 도전할 만한 경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일반 국민에겐 인기가 없다. 모테기 간사장은 ‘차기 총리로 적합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항상 최하위다. 지난 1월 산케이신문 조사에서도, 지난달 지지통신 조사에서도 고작 1.1% 지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지통신 조사에선 고노 다로 디지털담당장관이 17.6%로 1위였고,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장관이 14.1%,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13.0%로 뒤를 이었다.

지난달 7일 일본 통일지방선거 투표를 이틀 앞두고 지역구인 군마현에서 선거운동 연설을 하고 있는 오부치 유코(왼쪽) 자민당 조직운동위원장.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기시다, '모테기 라이벌' 오부치 유코 위원장 밀어줘

같은 파벌에 속한 오부치 유코 자민당 조직운동위원장의 존재도 불편하다. 헤이세이 연구회는 애초 다케시타 노보루 전 총리와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가 주축이 돼 만들어진 파벌이다. 2000년에 잇따라 타계한 전직 총리 2명을 오래 보좌한 원로로서, 파벌 내 참의원 의원들 사이에선 지금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아오키 미키오 전 참의원 의장은 모테기 간사장보다 오부치 전 총리의 딸인 오부치 유코 위원장을 선호한다.

오부치 위원장은 지난달 자민당 내 의원연맹 회장과 초당파 의원연맹 공동대표를 잇따라 맡으며 보폭을 넓혔다. 지난 3월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일한의원연맹 신임 회장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만났을 때도 오부치 위원장이 동석했는데, 이는 기시다 총리 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슈칸분슌은 “기시다 총리가 올여름 단행할 개각 및 자민당 간부 인사 때 오부치 위원장을 간사장에 임명하거나 주요 각료로 등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모테기파 내에서 오부치를 차기 총재 후보로 세우려는 분위기가 고조돼 파벌 내부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라이벌’(모테기 간사장) 견제를 위해 의도적으로 ‘라이벌의 라이벌’을 밀어준다는 해석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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