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고금리·지정학 분절화에, 中 제외 아태 경제 성장률 3.8% 그쳐”
국금센터 ‘글로벌 통화 긴축 후폭풍’ 콘퍼런스 주최
“미국·유럽 등 서구권 약성장 전망→아태에 부정적”
“성장 둔화 불구, 경상 적자에 빠른 피봇 어려울 것”
“인도·인니·필리핀 등 내수 중심 국가 비교적 나아”
고금리 상황과 지정학적 분절화 환경에 따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의 경제성장률이 3.8%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5%대의 성장률이 전망되는 중국의 상황은 아태 지역의 경제 부담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되겠으나, 이 지역 생산 물품의 최종 소비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서구권에서의 경제 둔화는 부담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루이 커쉬(Louis Kuijs)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아태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국제금융센터 주최로 열린 ‘글로벌 통화 긴축의 후폭풍: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이 직면한 위기’란 주제의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처럼 말했다. 이 행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의 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커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해 “미국과 유럽의 경제 성장 둔화가 글로벌 경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여전히 근원물가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정책금리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은 올해 좋은 출발로 시작했다. 소매 판매, 소비 등 작년 가장 취약했던 부분이 경제 성장의 동인이 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부동산 부문이 아직 문제여서, 회복 속도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아태 지역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한국은 중국으로 여러 부품을 수출하지만, 중국에서 완성해서 다른 지역(서구권)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운을 떼며 “아태 지역 안에서 서구권에서의 최종 소비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경제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구권의 경제가 둔화하면 약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서구권 성장 약세 전망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태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로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를 꼽았다. 그는 “중국을 제외한 아태 지역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4.7%에서 올해 3.8%로 둔화할 것”이라며 “미국의 고금리 환경 속 대외적자가 외부 충격으로부터의 취약성을 높인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를 벗어난 리오프닝 효과가 이미 지난해 크게 작용해 올해는 그 영향이 퇴색하고 있는 데다가, 글로벌 금리 인상을 겪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낮은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아태 지역 성장률이 둔화하겠지만, 이 지역 국가들이 정책 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여지는 크지 않다고 봤다. 커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선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더디다”며 “미국 정책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금리차에 따른) 외환시장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아태 지역의 다수 국가가 경상수지 적자로 돌아선 상황이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에) 생각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커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태 지역이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하면 기저 성장세가 좋다”며 “특히 인도·인도네시아·필리핀 등 내수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국가들에겐 더욱 나은 상황이라고 바라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어진 ‘높아지는 신용 리스크와 아태 지역 국가들의 과제’란 주제의 콘퍼런스에서 킴 엥 탄 S&P 상무는 “아태지역 국가 신용도 추이가 대체로 안정적이지만 스리랑카·피지·태국·일본·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 정부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라 채플린 S&P 전무는 “아태지역 은행 산업이 조달 비용 증대와 서구은행 불안의 충격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권 신뢰 문제가 미국 지역은행을 넘어 글로벌로 확산하면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크리스 리 S&P 전무는 “아태지역 기업 신용도가 지난해 중국 부동산발 디폴트 불안 등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고 있다”며 “다만 국가별로는 일본, 산업 별로는 게임·헬스케어·부동산 개발 등에서 부정적 기업 신용등급전망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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