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5·18에 미군이 전두환과 소통한 기록 밝혀야”

장예지 2023. 5. 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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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 미국 탐사전문 팀 셔록 기자
탐사보도 전문기자 팀 셔록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내 삶은 언제나 전쟁과 함께했다. 한국전쟁부터 베트남전과 이라크전,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전쟁까지…. 모두 미국이 개입된 싸움이었다.”

올해로 72살이 된 미국의 팀 셔록 탐사보도 전문기자는 자신의 삶을 잠시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냉전의 시기를 미국의 두 동맹국에서 보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일본과 한국 교회에서 일한 부모를 따라 유년시절 내내 두 나라에 머물렀고, 자연스럽게 주한·주일 미군과 미국 대사관의 활동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한·미·일 동맹의 역사와 미국 외교안보 정책에 관심을 기울여온 그는 1990년대부터 5·18민주화운동의 진실규명을 위해 미 정부의 기밀 보고서를 발굴·분석해왔다. 특히 1996년 그가 취득해 공개한 1급 기밀문서 ‘체로키 파일(3500쪽 분량)’은 전두환 신군부와 미 정부가 나눈 비밀 전문으로, 미국이 광주 무력진압에 동조한 정황을 드러내고 있다. 셔록 기자는 그 뒤로도 한국을 오가며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와 미국의 관계를 추적하고 있다.

셔록 기자는 6년 만인 지난달 22일 다시 광주와 비무장지대(DMZ)를 찾았다. 같은 달 28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난 그는 5·18 진실 규명을 위해 한·미 정부가 나서 지금도 기밀로 묶여 있는 광주항쟁 관련 미군 문건을 공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생존자 증언과 공개 문건 등을 종합하면 1980년 미국은 전두환씨가 시민들을 진압하려던 시점에 미 정찰기 등을 배치하고 상황을 관리하려던 정황이 일부 드러났지만, 군과 정보당국 기록이 공개되지 않아 진실규명이 더디다는 것이다. 셔록 기자는 “전두환은 (1959·60년) 미국 군 기지에서 (특수전) 훈련을 받은 적이 있고, 베트남전에도 참전했던 인물”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진정한 동맹을 원한다면 전두환이 5·18 당시 미군, 중앙정보국(CIA)과 어떤 소통을 했는지 알 수 있는 기록을 제공해야 한다. 한국은 이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방한 기간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서울에서 지켜본 그는 이번 회담을 두고 “한국이 얻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한·미 동맹은 미국이 남한을 정치·경제적으로 컨트롤(조종)하는 관계에서 비롯됐다. 이는 진정한 우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총평했다. 오랜 취재를 통해 해방정국부터 전두환 권위주의 정권까지 한국 현대사 속 한-미 관계를 살피고 얻은 통찰에 기댄 답이었다.

1990년대부터 광주항쟁 진실규명 지난달 방한해 광주와 DMZ 찾아 “미, 진정한 동맹 원하면 공개해야 한국 외교 독립성 강화 기여하고파 한미일 동맹 강화는 한국에 위험”

취재 경험 토대 ‘DMZ 제국’ 집필 중

셔록 기자는 기본적으로 한·미 동맹이 동등하지 않은 양국 관계 속에서 유지됐다는 관점 아래 이번 회담을 바라봤다. 그는 ‘워싱턴 선언’에 따른 전략핵잠수함(SSBN) 한국 기항 등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나왔지만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됐듯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으로 ‘미국 우선주의’가 다시 노골화된 상황을 들어 “결국 미국은 자신의 통제 속에서만 한국의 성장을 바라는 것이다. 미국인으로서 매우 불편한 지점”이라고 꼬집었다.

또 워싱턴 선언에 담긴 ‘미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 한층 증진’을 두고는 “전쟁 위협을 높일 뿐”이라며 “북한은 미국이 적대적 대북 정책을 중단하면 대화할 수 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데 이런 대립이 지속되면 남북 평화 유지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일 군사안보 협력 강화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그는 “미국은 1940년대부터 한·미·일 삼각동맹 관계를 오랫동안 추구해왔다. 바이든 행정부의 에이브릴 헤인즈 국가정보국장은 유사시 한반도 문제에 일본이 관여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삼각동맹은 한국의 미래에 위험할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의 영향력을 덜 받는 독립적인 대외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에 발맞춰 한반도 외교안보 틀을 짜는 윤 대통령 행보에도 비판적이었다. 특히 미국 방송 <엔비시><NBC> 인터뷰에서 미국의 도감청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이 사안은 한미 동맹을 지지하는 신뢰를 흔들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답한 데 대해 “미국은 친구와 적 상관없이 첩보활동을 하지만, 리더라면 옳지 않은 건 아니라고 말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 모두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미국은 그런 것을 존중한다기보다, 늘 친미 성향의 보수 정권을 선호한다. 지금의 윤 대통령과 자민당 기시다 총리가 여기에 들어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압력에 따라 움직이는 한·일 관계의 미래도 회의적이었다.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식민지 문제에 일본이 사과한 역사가 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이 무릎 꿇을 필요가 없다’는 인터뷰(<워싱턴포스트>)를 하고, 기시다 총리는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일 군사협력 한다고 좋은 우정을 갖기 힘들다. 한쪽이 (과거사에 대한) 책임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좋은 동맹은 맺어질 수 없다.”

그는 현재 한·미·일 3국 관계와 남북문제를 다루는 책을 쓰고 있다. 한미연합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을 겸하는 주한미군사령관으로 대표되는 미국을 38선 위에 선 ‘제국’으로 본 그는 책 제목으로 ‘DMZ 제국’이란 가제를 정했다. “미국은 과거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도 비협조적으로 임하는 등 여전히 비무장지대에서 강한 통제권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이 더 자주적인 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미국의 정책 변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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