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가루쌀로 라면·빵·과자 등 ‘K푸드’ 선보인다 [농어촌이 미래다-그린라이프]

안용성 2023. 5. 4.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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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루쌀 산업 활성화 총력
가루쌀, 쉽게 부서져 밀처럼 쓰기 좋아
정부, 품종 개선·재배단지 전국화 추진
1% 밀자급률 2027년 8%로 상향 계획
가루쌀 활성화 땐 쌀값 폭락 방어 기대
식량 안보·농업의 미래화에 ‘신의 한수’
밀가루에 익숙한 입맛·비싼 가격 걸림돌
2023년 15개 식품업체, 가공식품화 박차
“수입 원료가 아니라 우리나라 국산 가루쌀로 진정한 K푸드를 만들어달라. 가루쌀 시장이 정착될 때까지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가루쌀 산업 활성화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가루쌀 연구 및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식품 업체 앞에서 정부의 정책 의지를 확고히 한 셈이다. 그만큼 정부는 가루쌀 산업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4월 2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에서 열린 '가루쌀 미래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가루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정부 내에서는 가루쌀을 식량 안보 문제 해결과 농업의 미래 산업화를 위한 ‘신의 한 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맛과 밀가루보다 비싼 가격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고 식품업계와 협력해 가루쌀 사업이 시장에 뿌리내리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4일 농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가루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생산부터 소비까지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가루쌀은 재배 방식이 일반 쌀과 비슷하지만, 전분 구조는 밀과 유사하다. 이 때문에 가루쌀은 밀처럼 손으로도 쉽게 부서져 빻아 쓰기에 좋다. 멥쌀의 경우 단단해서 가루로 만들기 위해서는 물에 불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같은 ‘습식제분’을 위해 쌀 1t에 사용되는 물의 양이 5t에 달한다. 하지만 가루쌀은 습식제분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가루쌀은 농촌진흥청의 수년간 연구개발로 만들어진 품종(바로미2)이다. 농진청은 현재 수발아에 취약한 단점을 보완하고 저장성을 높이기 위한 성능 개량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는 이렇게 개발된 가루쌀을 전국에 확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정 규모 이상으로 전문 재배 단지를 조성해, 안정적인 재배 기술과 유통 체계를 갖추도록 컨설팅 교육 및 시설·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농업인이 가루쌀 재배에 익숙하지 않고, 식품 원료로 사용되는 가루쌀의 특성상 균일한 품질과 대량 생산·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가루쌀 재배 단지를 올해 2000㏊에서 2024년 1만㏊, 2025년 1만5800㏊ 2026년 4만210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올해 가루쌀과 관련해 전문 생산 단지 육성에 31억원, 제품 개발 지원에 25억원 등의 예산을 책정했다.
올해 가루쌀 전문 생산 단지는 38곳이며, 이곳에서 나오는 가루쌀은 전량 정부가 매입한다. 정부는 전문 단지를 중심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이를 통해 2021년 1% 수준인 밀가루 자급률을 2027년 8.0%까지, 44.4%인 식량자급률은 2027년 55.5%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또 가루쌀 재배가 늘어나면 밥쌀 재배 면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수급 균형을 통해 폭락하는 쌀값을 방어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고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부결된 데 따른 후속 대책으로 가루쌀 활성화를 밀고 있는 이유다.

가루쌀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식품업계의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에는 15개 업체(19개 제품)가 참여한다. 농심과 삼양식품, 하림산업은 가루쌀을 이용한 라면 만들기에 착수한다. 해태제과는 가루쌀을 넣은 오예스 개발에, SPC삼립은 파운드케익 등 가루쌀빵 연구에 착수한다. 이외에도 튀김용 빵가루(농심미분), 제빵용 프리믹스(대두식품), 현미칩(농협경제지주) 등 다양한 제품 개발이 이뤄질 전망이다.
해결해야 할 숙제도 있다. 우선 밀가루에 익숙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밀과 쌀은 근본적으로 맛이 다르기 때문에, 밀가루 제품에 길들어 있는 소비자가 가루쌀을 선택하게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가격도 문제다. 현재 가루쌀은 수입 밀가루에 비해 2∼3배 비싼 수준이다. 가루쌀 공급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겠지만, 밀가루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정부는 가루쌀이 웰빙을 추구하는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가루쌀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을 반등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글루텐프리 시장 진출에도 유망한 기초 소재”라며 “식품업계의 뜨거운 관심에 부응해 가루쌀 제품 개발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고품질 가루쌀 원료의 안정 생산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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