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도망갈까' 유동규에 '도망도 방법이겠네'…위로 차원이었다"(종합)
기사내용 요약
"김용 가니 쇼핑백 사라져" 남욱·정민용 진술 반박
"왜 갔나" 캐묻자 "유동규가 오라고 해 간 것" 진술
도주 지시도 부인…"유동규 위로 차 말한 것일 뿐"
이재명에 돈 전달 의혹 부인…유동규와 법정공방도
[서울=뉴시스] 김진아 신귀혜 기자 = 불법 선거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021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으로부터 받았다는 '쇼핑백'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앞서 증인으로 출석했던 남욱 변호사와 정민용 변호사 등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김 전 부원장이 돈이 든 쇼핑백을 들고 사라졌다'는 증언을 부정한 것이다. 또 자신이 유 전 본부장에게 "쓰레기라도 먹어서 입원하라"며 도주를 지시했었다는 유 전 본부장 증언도 반박했다.
4일 김 전 부원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김 전 부원장 측이 신청한 증인 신문에 이어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설립한 유원홀딩스에서 김 전 부원장에게 쇼핑백이 전달된 것으로 추정되는 2021년 4월께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김 전 부원장은 검찰이 당시 유원홀딩스 방문 전 머물렀던 장소와 횟수 등을 캐묻는 과정에서 "남욱 등이 말한 대로 뭐를 들고 나갔다는 것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전 부원장은 '유동규가 경기관광공사에서 퇴직한 시점은 2020년 연말인데 석 달이나 지나 방문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검찰 질문에 "12월이 훨씬 지나 얘기를 들어 늦게 (퇴직 사실을) 알았다"며 "사무실을 냈으니 '형, 한번 놀러 와' 해서 가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검찰이 진술 번복을 지적하자 "2020년인지, 2021년인지 혼동스러웠고 검사가 2021년 4월을 고집하며 언쟁할 정도였다"며 "그래서 제가 한번 더 갔구나 정도로 생각해 말했다"고도 했다.
김 전 부원장은 당시 방문이 이뤄진 계기와 상황에 대해서는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한두 번 이상 연락이 왔는데 못 갔고 마침 시간이 돼 간 것"이라며 "그때는 유동규의 사업 얘기, 또 선거 정세나 이런 얘기를 나눴다"고 진술했다.
김 전 부원장의 방문을 목격한 이들이 있었던 흡연실에 대해서는 "(흡연실에) 여러 명은 아니고 한 명 이상 있었다"고 답했다. 검찰이 '얼굴은 못 봤지만 사람이 있는 것은 인지했느냐'란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이 같은 진술은 당시 상황에 대한 남욱·정민용 변호사의 증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다.
지난 3월 이 재판 증인으로 출석했던 남 변호사는 2021년 4월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용이 형이 올 거야'라고 들었으며, 실제 김 전 부원장이 유원홀딩스를 방문해 5~10분간 고문실에 있다가 이동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정 변호사는 당시 사무실 내 투명 흡연실에 있었으며, 김 전 부원장 차림에 대해 "파란색 사파리를 입었고 (김 전 부원장도) 제가 앉아있던 모습을 봤지 않을까 싶다"며 "(김 전 부원장이 나간 뒤) 사무실에 갔더니 (돈이 담긴) 쇼핑백이 없었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 역시 "김용이 고문실로 들어간 것을 보고 나갈 때 쇼핑백을 들고 가는 걸 봤다"며 "김용이 나갈 때 'OO백화점' 쇼핑백을 들고 가는 것을 봤고 '돈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고도 진술했다.
김 전 부원장은 이 재판 증인으로 출석했던 유 전 본부장이 자신으로부터 도주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지난 3월 공판에서 유 전 본부장은 2021년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질 당시 "김용이 전화로 '너 빨리 도망가'라고 했다. '백두대간이라도 타라'며 열흘만 있다가 오라고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또 병원에 입원하라는 취지로 "음식물 쓰레기라도 먹고 배탈이 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2021년 9월30일 유 전 본부장의 체포 전날 통화 여부를 묻자 그는 "통화한 것 같다"면서도 "'형, 도망갈까'라고 얘기가 오가는 과정에서 비슷한 얘기가 있었을 뿐, 도망가라는 차원의 얘기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유 전 본부장에게 '도망도 방법이겠네'라고 했고, 울다 웃다 위로 차원의 대화였다"며 "배탈 얘기도 하지 않았고 병원에 입원해라 얘기는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법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직접 김 전 부원장에게 따져 묻기도 했다.
"몇 가지 묻겠다, 김용씨"라고 운을 뗀 유 전 본부장은 "다음 날 검찰 출석하려고 했던 사람이 '도망가겠다'고 먼저 얘기한 게 상식적으로 맞느냐"고 묻자 김 전 부원장은 "긴 통화에서 그런 얘기 했지 않느냐"고 응수했다.
이어 유 전 본부장이 "어디 있느냐고 묻기에 내가 내일 출석하겠다 하니 '당장 도망가라'고 한 것 기억 안 나느냐"고 언성을 높였지만 김 전 부원장은 "그런 사실 없다"고 부인했다.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6월경 자신이 직접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경선후보 기탁금 명목으로 현금을 전달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검찰이 이 대표 계좌 입금 내역을 근거로 돈을 전달했는지 캐묻자 "저와 전혀 상관없다. 진술을 거부하겠다"며 "그런 점이 의심이 된다면 수사를 하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그간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김 전 부원장은 이날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구치소에서 나오게 됐다. 재판부는 별도 지정 조건을 전제해 구속기한 만기 1주 전 김 전 부원장의 보석을 인용했다.
김 전 부원장은 민주당 예비 경선이 진행되던 2021년 4~8월, 4차례에 걸쳐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 등과 공모해 남 변호사로부터 8억4700만원을 수수했다는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이전부터 대장동 개발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 등과 유착관계를 형성했고, 2021년 2월 이 대표의 대선 경선을 준비하면서 유 전 본부장에게 대선자금으로 2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부를 유 전 본부장 등이 가로채 실제 김 전 부원장에게 건너간 돈의 액수는 약 6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 marim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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