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철원의 ‘국경선평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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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남북평화를 위해 일할 사람을 기르기 위한' 국경선평화학교가 문을 열었다.
방법을 찾다가 국경선평화학교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평화의씨앗들'로 통일부 허가를 받았다.
부지 마련으로 국경선평화학교를 짓는 첫걸음은 뗐지만 건물을 짓는 더 큰 일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바로 오늘, 5월5일 국경선평화학교는 건축위원들과 철원 주민들이 완공식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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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창]
[삶의 창] 원혜덕 | 평화나무농장 농부
10년 전 ‘남북평화를 위해 일할 사람을 기르기 위한' 국경선평화학교가 문을 열었다. 영국에서 평화학을 공부한 분이 한국에 돌아와 아무 연고도 없는 철원 접경지대에 세운 학교다. 처음에 강원도 소유인 DMZ평화문화관을 기적처럼 얻어서 평화학교 교실로 썼다. 상징성까지 있는 건물을 무상으로 빌려 쓸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어려운 점도 많았다. 평화문화관이 민통선 안에 있어 매번 입구에 있는 검문소의 허락을 받고 들어가야 했다. 해가 떠야 민통선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해 지기 전에 나와야 하는 등 수업이나 평화 프로그램 진행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평화문화관 출입이 아예 불가능해졌다.
국경선평화학교는 학교를 짓기로 했다. 평화시민들의 후원을 받아 학교 건물을 짓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가능하지 않을 일을 어찌하려나 싶었다. 그러던 중 후원자 한분이 학교 건물을 지을 땅을 매입해 기부했다. 대출을 받아 그 부지를 샀는데 앞으로 10년간 그 빚을 갚아나갈 것이라는 그분의 말을 듣고 놀랐다. 이로 인해 평화학교 건축은 첫발을 뗄 수 있었다.
남편과 나는 국경선평화학교를 세운 분을 알게 돼 가까이 지내다 국경선평화학교 설립 때도 참여했다. 평화학교는 문을 열고 4년이 지난 뒤 정식으로 통일부에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신청했다. 통일과 관계된 평화운동을 하는 단체이므로 통일부에 신청서를 냈는데, 통일부에서는 ‘학교'라는 명칭이 붙었으니 교육부로 가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방법을 찾다가 국경선평화학교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평화의씨앗들'로 통일부 허가를 받았다. 씨앗이라는 말이 들어갔으니 이번에는 농림부로 가라고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농담이 평화의씨앗들 창립총회 때 나오기도 했다.
부지 마련으로 국경선평화학교를 짓는 첫걸음은 뗐지만 건물을 짓는 더 큰 일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건축은 평화학교 정신을 이해하는 분이 맡아주기로 했다.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 1만명이 벽돌 한장 값인 1만원씩 기부해달라는 건축운동을 모두가 벌이기로 했다. 지난해 8월15일 광복절에 연 착공식에 다녀온 그날 밤 나는 페이스북에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평화를 위한 벽돌 한장을 놓아주실 수 있나요? 생각의 벽돌이 아니라 진짜 벽돌입니다.”
국경선평화학교를 설명하고 평화운동에 함께하는 마음으로 벽돌 한장 값을 후원해 달라고 했다. 이튿날 국경선평화학교 사무실에서 문자가 왔다. “어젯밤부터 온종일 제 핸드폰이 엄청나게 떨렸어요. 한분 한분 참여할 때마다 알림 문자가 오거든요. 행복한 하루,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는 다음날 벽돌 1천장이 넘는 후원이 들어왔다고 말해줬다. 그렇듯 많은 분의 염원으로 평화학교 건축은 서서히 진행됐다.
바로 오늘, 5월5일 국경선평화학교는 건축위원들과 철원 주민들이 완공식을 연다. 6월6일에는 평화의 벽돌값을 내준 시민들을 초청해 준공식을 연다. 1만 평화시민들과 함께 디엠지(DMZ) 평화노래를 부르는 등 축제의 시간이 될 것이다.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후원은 지금도 요청드리고 있다.
지난해 착공식에서 평화학교 교장되는 분은 이런 인사말을 했다. “오늘 우리는 전쟁이 끝나지 않은 분단된 나라의 국경마을에서 평화학교 짓는 일을 시작합니다. 작은 생명의 씨앗을 심는 일입니다. 우리의 이 일은 마치 거대한 바닷물 위에 떨어지는 물방울 한방울처럼 작은 것일지라도, 생명의 씨앗을 품고 있는 일이기에 앞으로 열배, 백배, 만배로 결실을 맺으리라 믿습니다.”(정지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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