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 잡던 노사 '화해' 늘었다...尹정부 1년, 노동위원회에 무슨 일이?
ADR 접목한 분쟁해결 노사분규 줄고 조정성립률 상승
개별분쟁 사건 16.3%↑...화해율 2.1%P↑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윤석열 정부의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과제 가운데 지난 1년 동안 가장 빠른 속도로 추진됐던 과제는 다름 아닌 ‘노동’이다.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제도개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노조회계 투명성 등 법·제도개선이 필요한 하드웨어 개혁에 힘을 쏟았다면,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 교섭 관행, 권리분쟁 해결 문화 등 소프트웨어적 측면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노사분규 감소, 조정성립을 통한 분쟁해결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또, 직장 내 개별분쟁에서 화해율, 권리구제율은 모두 상승하였으며 사건 처리기간도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조정성립률은 56.7%로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전인 지난해 1분기(51.1%)와 비교해 5.6%포인트(p) 증가했다. 조정성립은 노동위가 제시한 조정안을 노사 모두 수락했음을 말한다. 비결은 대안적분쟁해결(ADR) 방식을 접목한 적극적이고도 예방적인 조정서비스 덕분이다. 김태기 중노위원장 취임 이후 노동위원회가 적극·활용하기 시작한 이른바 ADR은 화해·조정·중재 등 판정 이외에 갈등 당사자들이 자주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대안적 분쟁해결 방법 통칭한다. 쌍방 모두 피해가 크고 관계만 악화하는 파업은 물론 승소하더라도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만큼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조정·중재 등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ADR제도 도입에 대한 효과는 이미 통계로 증명되고 있다.
올해 1분기만 당사자간 화해를 통한 사건해결이 증가하고(화해율 31.8%, +2.1%p), 인정건수와 화해건수 비율인 권리구제율도 상승(65.3%, +0.8%p)했다. 또 사건처리기간도 50.2일로 단축(-1.2일 = 28.8시간) 됐다. 특히 법률적 해결(판정)은 접수에서 종결까지 평균 86.2일 소요된 반면, 노사의 자주적 분쟁해결인 ADR 방식은 평균 39.0일(판정 보다 2배 이상 빠름, 55% 단축효과) 소요돼 ADR의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입증됐다.
김 위원장은 작년 11월 취임 이후부터 ADR제도 도입의 국내 도입에 공을 들여왔다. 올해 2월엔 화해율 97%로 ‘화해의 명수’로 불리는 서광범 노동위원회 공익위원과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원창희 고려대 노동문제 연구소 교수,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학린 단국대 협상학과 교수,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노동법 전문가들뿐 아니라 오길성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이용범 전 한국노총 사무처장 등 노동계 출신 인사들까지 영입해 ‘ADR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개발 1차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ADR제도가 정착한다면, 부당노동행위 사건의 73.7%를 화해를 통해 해결하는 미국처럼 우리도 불필요한 소모적인 갈등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특히 올해 서울시버스는 그간의 ‘교섭결렬→조정신청→조정중지→파업’이라는 오랜 관행을 깨고 30년만에 처음으로 사전 조정을 통해 임‧단협을 평화적으로 조기 타결함으로써 시민들이 파업의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지난 3월 29일 서울시버스 사례가 첫 시작이 돼, 같은 달 30일 부산시버스, 4월 4일 대구시버스, 21일 인천시버스, 5월 3일 울산시버스 등으로 조기 타결이 확산됐다.
준상근조정위원이 교섭단계부터 적극 참여하고, 지방노동위원회가 자치단체의 협력을 이끌어내며, 민주노총 등 노동계 출신의 ADR 전문가들이 중앙노동위원회의 분쟁해결 관행개혁에 적극 협력한 것이 조기타결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e-노동위원회’ 구축을 통해 최근 급증(88.8%)한 개별적 권리분쟁 사건의 해결의 프로세스를 디지털 시대에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근로자가 있다면, 과거처럼 관청을 드나들지 않더라도 핸드폰으로 신고 접수를 하고, 각종 심의 등도 원격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노동분쟁이 많아지고 분쟁의 양상도 노·사(勞·使), 노·노(勞·勞), 사·사(使·使) 등 다양한 유형으로 확대되고 있어 당사자가 수용 가능하면서 신속하게 분쟁이 해결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ADR전문가 양성 과정 개발을 통한 전문성 강화, e-노동위원회 구축을 통한 분쟁 당사자들의 편의성 확대 등을 통해 노동위원회가 합리적 노동관행을 안착시키겠다”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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