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뜨는 비행기가 한 편도 없어요”… 직원들도 머쓱

김선덕 2023. 5. 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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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국내선 비행이 한 편도 없습니다."

지난달 27일 오전 9시30분 전남 무안군 망운면에 위치한 무안국제공항.

무안군 관계자는 "2021년부터 광주 군공항 이전반대 바로알기 차원에서 읍·면별 릴레이 결의대회가 40여 차례 이어져 왔지만 일부 찬성하는 여론 창구까지 막으려는 것은 아니었다"며 "무안국제공항은 국토교통부와 전남도의 관할이지만 공항 활성화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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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공항’으로 전락한 무안공항
코로나 창궐 전엔 한해 90만명 이용
엔데믹 불구 여전히 정상화 못 시켜
무안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에 막혀
활성화 대책 마련 못하고 하소연만

“오늘은 국내선 비행이 한 편도 없습니다.”

지난달 27일 오전 9시30분 전남 무안군 망운면에 위치한 무안국제공항. 텅 비어 있는 주차장을 지나 공항으로 들어갈 때까지 캐리어를 들고 오가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늘은 국제선뿐 아니라 국내선도 무안공항을 출발·도착하는 비행기편이 한 편도 없다”는 공항 2층 검색대 여직원은 멋쩍은 듯이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비행 일정이 없는 지난 4월 27일 오전 9시30분 무안국제공항 2층 국내선 탑승객 입구가 텅 비어 있다. 김선덕 기자
내일도 비행 일정이 없냐고 묻자 여직원은 “내일(28일)과 내일모레(30일)는 제주와 김포를 오가는 국내선이 2편 있고, 모레(29일)는 베트남 나트랑을 출발하는 국제선이 있다”고 안내해 줬다. 하지만 이 국제선도 정기선이 아닌 여행사가 주관한 비정기선이었다.

2007년 서남권 관문 공항을 목표로 개항한 무안국제공항의 현재 실정이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직전인 2019년에만 90만명이 이용할 정도로 정점에 다다랐지만 지금은 동네 공항으로 전락해 버렸다.

무안공항 근처에서 만난 김모(62)씨는 “군공항 이전으로 시끄러운데 부대시설이나 민간공항까지 오는지 지금까지 군에서 설명을 해준 적이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며 “군공항이 오더라도 민간공항까지 같이 와야 공항 주변이 활성화되지 않겠냐”고 하소연했다.

무안국제공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까지 공포되면서 관련 지자체 간 미묘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광주 군공항을 두고 광주시와 전남도, 무안군과 함평군이 각기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서부터다.

우선 광주시가 2018년 전남도·무안군과 함께 협약했던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이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채 군공항 이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텅 비어 있는 무안국제공항 주차장에 공항 관계자의 자동차로 보이는 승용차와 트럭이 추차돼 있다.
무안군 관계자는 “2021년부터 광주 군공항 이전반대 바로알기 차원에서 읍·면별 릴레이 결의대회가 40여 차례 이어져 왔지만 일부 찬성하는 여론 창구까지 막으려는 것은 아니었다”며 “무안국제공항은 국토교통부와 전남도의 관할이지만 공항 활성화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공항 이전에만 몰두하고 있는 광주시가 조건 없이 민간공항의 이전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남도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항공사를 방문해 노선 확보에 노력하고 있고 국토부에 슬롯 추가 배정도 건의하고 있다”며 “광주시가 이전키로 한 민간공항은 차치하더라도 군공항 이전 지역에 대한 소음대책이나 지역발전 비전 제시 없이 서두르고만 있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광주시는 민간공항 이전보다 군공항 이전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고하다. 광주시 관계자는 “전남도가 무안공항 활성화를 위해 민간공항 이전을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군공항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며 “광주공항은 추후 다시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무안국제공항 1층 국내선 도착장 전광판이 비행 일정이 없어 공란으로 표시돼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 지역으로 거론되는 두 지자체의 여론은 찬반이 극렬하게 갈리고 있다. 무안지역의 여론은 3년 전 자제 조사한 결과 72% 반대에서 최근 64% 반대로 여전히 군공항 이전 반대가 많다. 하지만 공식적인 설명회 자리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여론에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함평군은 최근까지 군에서 주도하는 주민설명회를 끝내고 유치 의향을 묻기 위한 여론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함평군은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군공항 유치를 지역발전을 위한 새로운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여론조사는 당초 이번달로 예정됐으나 농번기가 끝나는 다음달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함평군이 유치의향서를 내기도 전에 광주시 편입이나 민간공항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무안·광주·함평=김선덕·한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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