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노동자, 10년치 임금을 받게 될까요? [Q&A]
불법파견을 인정받은 하청업체 노동자가 임금소송에서는 통상 3년분의 차액(원청에서 일했으면 받았을 임금과 실제 하청에서 받은 임금의 차액) 인정됐는데, 최대 10년치를 받을 길이 열렸다. 대법원은 지난 4월27일 불법 파견을 인정받은 하청업체 노동자가 원청업체에서 일했다면 받았을 임금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노동자 쪽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이 ‘민법 766조’를 언급하면서 통상적으로 인정되던 근로기준법상 임금채권(3년)이 아니라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단기 3년, 장기 10년)의 소멸시효를 인정했다. 대법원, 원고 변호인(류재율 변호사), 다른 법조인의 조언과 판례 등을 토대로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Q. 불법 파견 노동자이란 누구인가?
A. 노동자 파견제도는 파견 사업주가 노동자와 고용관계를 맺은 뒤 특정 사업장에 파견해 사용 사업주의 명령을 받아 근무하는 것을 말한다. 1997년 외환위기 시절 파견법이 만들어져 생겨났다. 하지만 이름만 하청·용역으로 내걸고 원청이 불법으로 파견 노동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규직과 파견 노동자가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일을 하거나 △하도급을 위장해 파견 노동자를 고용한 뒤 인사·노무 등 전권을 행사하거나 △2년 이상 고용하면서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는 것 등이 대표적인 불법 사례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나온 삼표시멘트에서도 원고인 파견 노동자들은 파견 기간이 2년 이상이었고, 비슷한 일을 하는 삼표시멘트 정직원들과 비교해 차별적 대우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Q. 불법 파견을 인정받은 하청 노동자들은 왜 3년만 임금 차액을 받아왔나?
A. 법원은 원청이 불법 파견 노동자들에게 임금 차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해왔다. 하지만 앞선 소송들에서는 그 차액이 임금채권의 소멸시효(3년) 이상인지 다뤄지지 않아 왔다.
2006년 파견법이 개정되면서 “2년을 초과해 계속해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간주’ 조항이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직접 고용’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파견 노동자는 사용주가 직접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직접 고용을 요구할 법적 권리와 더불어 직접 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지의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채권 소멸시효(3년)를 적용해 3년 이내의 임금 차액만 청구했다. 법원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한국수력원자력 울진원자력발전소(2015년 12월)와 한국도로공사(2020년 5월)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그렇다.
Q. 이번 판결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
A. 4월27일 대법원 판결에서는 하청업체가 임금 차액을 요구할 때 ‘민법 766조’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불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가 적용된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한다면 10년 기간 안에 받지 못한 임금 차액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번 판결의 원고 8명 중 ㄱ씨의 예를 살펴보자. ㄱ씨는 2018년 1월 “삼표시멘트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고 있다”며 직접 고용과 함께 원청 노동자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차액’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회사가 ‘파견 노동자라는 이유로 원청 소속 직원과 비교해 차별적으로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파견법 21조를 어겼다며,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삼표시멘트는 근로기준법의 임금채권 소멸시효 3년을 근거로 ‘소송을 2018년 1월에 제기했으니 3년 전인 2015년 1월 이전 임금은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1·2·3심은 ㄱ씨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를 규정하는 근로기준법 49조가 아니라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규정하는 민법 766조를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민법 766조 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 2항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도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라고 규정한다.
Q. 삼표시멘트 불법 파견 노동자들은 10년치 임금 차액을 다 받나?
A. ㄱ씨는 2013년 10월~2015년 2월 임금 차액인 2185만여원을 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2015년 2월에 ㄱ씨가 해고된 탓에 10년치 임금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기존 임금채권 소멸시효 3년을 적용했더라면 회사의 주장대로 2015년 1월 이전의 차액 임금을 전혀 못 받을 것이다. 하지만 민법 766조의 소멸시효(단기 3년, 장기 10년)를 적용되면서 소 제기 4년 이전인 임금도 받을 수 있었다.
Q. 다른 소송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A. 하급심에서 대법원 판결을 따르면 임금 차액을 요구하는 불법 파견 노동자들이 최대 10년치 임금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2022년 9월 서울남부지법은 한국방송(KBS)가 자회사인 KBS미디어텍 소속 근로자 232명을 방송 제작 과정에 사용한 것은 불법파견에 해당하므로 직접 고용하고, 불법파견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으로 10년치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국방송이 지급해야 할 임금 차액만 239억원에 이른다. 이 소송은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광주 문화방송(MBC)을 상대로 파견 노동자 8명도 비슷한 소송을 냈다.
2022년 8월 대법원 판결로 불법 파견을 인정받은 포스코 하청 노동자들은 직후 임금 차액을 달라는 임금청구소송을 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을 검토해 손해배상청구 취지를 확장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전해진다. 불법 파견 노동자들에게 줘야 할 임금 차액이 최대치가 3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불법 파견 비용이 커지게 된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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