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 '혼밥 사례' 꺼낸 윤석열 대통령…'취임 1년' 평가는?

박준우 기자 2023. 5. 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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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방미 외교의 성과를 부각하면서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의 '혼밥' 사례를 꺼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 당시 '혼밥'을 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방미는 성공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을 텐데요. 정부·여당은 집권 이후 줄곧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 집중해 오는 모습이었죠. 국민들이 생각하는 지난 윤석열 정부의 1년은 어떤지,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살펴봤습니다.

[기자]

윤석열 대통령, 지난 2일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을 함께 했죠.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외교 성과에 대해 어필했다고 합니다. "이번 방미는 아시아 국가 첫 국빈 방문", "한·미·일 삼각 동맹 체제를 공고히 해 나가야 한다" 등의 얘기였다고 하는데요. '워싱턴 선언'에 대해서도 "나토와는 차원이 다른 핵 공유를 했다"는 자화자찬도 있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이 성과를 내세울 때 종종 쓰는 치트키가 있죠.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기'인데요. 여기서 바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혼밥' 이야기를 꺼냈다고 합니다.

문 전 대통령, 지난 2017년 중국에 국빈 방문했을 때 여러 차례 '혼밥'을 했었죠. 당시 중국에서 홀대를 당했다는 논란이 일었는데요.

[김성태/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2017년 12월 18일) : 청와대는 큰 산을 넘었다고 했지만, 큰 산은 고사하고 정말로 큰 한숨이 나옵니다. 대통령이 중국 가서 시종일관 시진핑 비위 맞추고 또 혼밥 한 것 외에 따로 한 일이 뭐가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이 친중 정책을 펼쳤지만 막상 얻은 게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중국과는 선을 긋고 한·미·일 삼각공조에 힘을 실는 게 맞다는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소환한 사례일 텐데요.

실제로 문 전 대통령의 혼밥 사례, 여당에서도 심심찮게 끌어쓰는 방어 논리입니다. 지난해 윤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했을 때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조문을 못한 것을 두고 야당은 '외교 참사'란 비판을 쏟아냈는데요. 당시 국민의힘은 '혼밥' 사례를 들어 '반사'를 외쳤습니다.

[김병주/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9월 20일) : 윤 대통령은 조문 없는 조문 외교로 우리나라의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일부 국민들은 이를 두고 어떻게 얘기하느냐. '상갓집에 가서 조문은 하지 않고 육개장만 먹고 온 것이 아니냐…']

[성일종/당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지난해 9월 22일) : 민주당이 외교참사라고 공격을 하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 중국 방문 때 혼밥을 하고 우리 언론인들이 공안에 두들겨 맞았던 일이 진정한 외교참사였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드립니다.]

야당은 이번에도 윤 대통령이 혼밥 카드를 꺼내자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입니다. 곧바로 반격에 나섰는데요.

[박광온/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어제) :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국민들과 함께 소중하게 일궈온 성과가 지난 1년 동안 정말로 몰라보게 많이 훼손되면서 균형외교를 버리는 것이 얼마나 심대한 경제적 타격을 우리에게 갖다주는가 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는 거 같아서 대단히 안타깝다 하는 말씀을 드립니다.]

야당이 생각하는 현명한 외교 기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균형 외교를 펼쳐야 한다'인데요.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균형 외교를 저버리면서 경제적인 실리를 잃었다고 꼬집고 있죠.

[박광온/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어제) : 균형외교가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무너질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단순히 무역수지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굉장히 중요하게 확보해야 할 중간재나 또는 아주 희귀금속물 같은 것들이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있습니다.]

대중 무역적자가 늘어난 점을 겨냥한 건데요. 문 전 대통령 탓은 그만하고 경제부터 잘 챙기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입만 열면 문재인 대통령 탓하지 말고 지금 중국하고 우리나라가 어떻게 돼가 있느냐. 1분기 수출 적자가 224억달러인데 그중 대중 무역적자가 78억8천만불, 80억달러예요. 지금도 계속 수출 적자가 중국으로부터 증가되고 있는데 1등 교역국가를 대만에 내준 윤석열 대통령의 대중정책은 뭐냐, 경제를 이렇게 망친 그것부터 해결하라고 그러세요.]

사실 윤석열 정부의 문재인 정권 탓은 지난 1년 내내 이어졌죠. 임기 초반 인사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윤 대통령이 했던 말, '전 정부보다 낫다'였습니다.

[용산 집무실 출근길 (지난해 7월 4일) : 도덕성 면에서도 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비교가 저는 될 수 없다고 봅니다.]

[용산 집무실 출근길 (지난해 7월 5일) :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여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기 요금 대란 등 모든 악재의 단초는 전 정부가 제공했다고 주장해왔는데요.

[권성동/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해 7월 21일) : 대한민국 정부 수립 68년간 627조원이었던 국가채무,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며 1천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위기 상황에 전기요금 인상 독촉장이 밀려옵니다. 그 직접적인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전 정부 탓이 도마 위에 오르자 윤 대통령도 공개석상에서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2022 국민의힘 연찬회 (지난해 8월 25일) : 이제 더 이상은 국제 상황에 대한 핑계나 또 전 정권에서 잘못한 것을 우리가 물려받았다는 핑계도 더 이상은 이제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약방의 감초를 모두 내다버리긴 어려웠나 봅니다.

[제56차 중앙통합방위회의 (2월 8일) : 지난 정부에서 회의 규모가 축소되고 가짜 평화에 기대서 민·관·군·경의 통합 훈련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습니다. 이에 모든 국가방위 전력을 하나로 묶고 국가를 방위하기 위한 범국민적 총력전 수행 체제 또한 약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최근 민생 문제의 화두로 떠오른 문제죠. 정부·여당은 전세 사기가 발생한 원인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찾았는데요.

[박대출/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지난달 20일) : 민주당은 지난 문재인 정권 시절 임대차3법을 강행처리하면서 집값과 전셋값 폭등의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정파적 정책 강행에만 급급해서 정책의 부작용은 무시하고 등록 민간임대사업제도도 축소하고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자도 사라지고 빌라왕 같은 사기꾼들이 기생하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원희룡/국토교통부 장관 (유튜브 '원희룡TV' / 지난달 25일) : 지난 정부에서 악순환으로 쌓아온 것을 이제는 단절하고 철저한 예방책과 사기꾼들에 대한 철저한 일벌백계의 단속과 수사를 통해서 이 땅에 정의를 바로 세우고…]

문 전 대통령도 더 이상 참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이제 그만'을 외쳤습니다.

[영화 '문재인입니다' : 5년간 이룬 어떤 성취, 제가 이룬 성취라기보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함께 이룬, 그래서 대한민국이 성취를 한 것인데 그것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또 과거로 되돌아가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한편으로 허망한 생각이 들죠.]

정부·여당으로선 전 정부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릴 심산이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전략이 그다지 유효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39.9%가 "매우 잘 못했다"고 평가했는데요. 온건한 부정 평가인 "다소 잘 못했다"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통상 대통령 임기 초반에는 극단적 부정 평가는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 편인데요. 윤 대통령에게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취임 1년 차 지지율은 30%대에 머무르고 있는데요.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40%대를 유지한 것과는 대조적이죠. 전현직 대통령 호감도 맞대결에서도 문 전 대통령이 오히려 윤 대통령을 앞선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임기 4년, 전 정권과 비교하기보다 미래를 바라보고 나아가라는 의미인 듯한데요. 윤 대통령의 멘토라고 불리는 신평 변호사조차 쓴소리를 내놨습니다.

[신평/변호사 (페이스북 음성대역) : 많은 국민은 새 정부 출범에 걸었던 희망이 배신당하는 씁쓸함을 느끼며 윤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닐까 한다. 윤 정부는 지난 정부의 폐단을 지적하는 목소리만 컸지 과거와 결별하는 미래의 소중한 어젠다를 별로 제시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국민은 윤 정부가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하리라는 믿음을 거의 상실하였다.]

윤석열 정부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평가인데요. 지지율 회복을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전 정부 말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문 전 대통령 '혼밥' 때린 윤 대통령…1년간 '문재인 정부 때리기' 성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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