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포털 ‘다음’ 분리해 다음달 CIC로···‘혹 헤어질 결심’?
카카오가 포털 ‘다음’(Daum)을 분리 운영한다. 카카오가 다음 사업을 담당하는 사내독립기업(CIC· Company in Company)을 오는 5월15일에 설립한다고 4일 발표했다. 지난 2015년 9월 ‘다음카카오’였던 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하면서 ‘다음’을 지워낸 지 8년 만에 포털 사업을 본 업무에서 제외한 것이다.
수익성 악화에 빠진 카카오의 경영 효율화 전략으로 다음이 CIC 설립 후 체질 개선에 성공하지 못하면 매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CIC는 기업 내부 사내 벤처와 같은 형태로 운영하는 회사로, 분사가 아닌 사내 조직 형태로 존재한다.
카카오는 이번 결정에 대해 “신속하고 독자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체계를 확립해 다음 서비스만의 목표를 수립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일축했다.
다음 CIC 대표는 황유지 현 다음사업부문장이 맡는다. 네이버를 거쳐 카카오 서비스플랫폼실장을 맡았던 황유지 대표 내정자는 플랫폼 사업과 서비스 운영 전반에 대한 업무 경험이 풍부하다고 카카오는 소개했다.
업계에서는 다음이 포털 사이트 네이버·구글 등과 점유율 경쟁에서 밀리자, 성장 돌파구를 찾기 위해 카카오가 다음 CIC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NHN데이터의 데이터 아카이브 ‘다이티 블로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검색엔진 유입률(검색 점유율)은 네이버 62.81%, 구글 31.41%, 다음 5.14% 순으로 집계됐다. 카카오에 인수되기 전 다음은 검색 시장 점유율이 20% 이상을 웃돌았다.
포털 사업이 카카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 안팎이다. 이마저도 해마다 줄어 올해 1분기에는 전년보다 매출이 26.7%나 줄어든 836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 사업 부문에서 가장 많이 감소한 것이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일부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정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음 CIC는 검색과 미디어, 커뮤니티 서비스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도약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급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를 출시해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기술 선도적 서비스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최근 검색 시장에는 챗GPT 등 생성형 AI 챗봇이 게임 체인저로 등장했다. 이용자 질문에 다양한 사이트를 보여주는 기존 검색과 달리, 챗GPT는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한 답변을 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MS는 지난 2월 챗GPT를 빙에 적용해 구글 천하에 도전장을 냈고, 구글도 AI 챗봇 바드를 검색엔진에 도입했다. 네이버는 AI 검색 서비스 ‘서치GPT(가칭)’를 오는 7월에 공개할 예정이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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