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단역배우 자매 사망사건' 가해자, MBC <연인>에 업무복귀

2023. 5. 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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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장연록 씨 "불시청 운동"…MBC "유가족께 죄송, 업체 즉시 교체하겠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단역배우 집단 성폭력·사망사건'의 가해자가 MBC 방영예정 드라마 <연인>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3일 MBC 시청자소통센터엔 "성폭력 가해자를 배제하라"는 등 시민들의 요청이 쏟아졌다. 지난 2004년 일어난 단역배우 집단 성폭력 사망 사건의 가해자가 6월 방영 예정인 드라마 <연인> 측 업무 현장에 복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MBC 관계자는 4일 <프레시안> 측에 "직접적인 업무는 아니지만, 가해자의 현장 업무 관여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히며 가해자가 속한 업체를 "즉시 다른 업체로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유가족 장연록 씨는 <프레시안>에 'MBC가 가해자와 계약하는 일은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MBC 관계자는 "이번 계약업체는 '연인'팀에서 파악하고 있던 (본래 가해자가 속해있던) 업체와 완전히 다른 업체였다"라며 "가해자들이 이전 업체에서 빠져나와 다른 업체를 새로 꾸린 것인지 확인해 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가해자의 업무 복귀 사실은 연인 팀에서도 이제야 확인한 사항"이라며 "유가족께 심려를 끼쳐드려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MBC는 이날 저녁 공식입장문을 낼 예정이다. 

앞서 '단역배우 사망사건'의 유가족 장연록 씨는 지난 3일 본인의 유튜브 계정에서 "단역배우 자매를 자살로 만든 가해자 중 한 명이 다시 MBC 드라마 단역배우 캐스팅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라며 "당장 MBC는 그 기획사에게 엄중 경고하고, 그 사람을 배제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장 씨는 2004년 가해자들에게 집단성폭행을 당한 뒤 2009년 고통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피해자 고 양소라 씨와 죄책감에 시달리다 뒤이어 세상을 떠난 동생 고 양소정 씨의 어머니다. 그는 지난 2020년에도 사건 가해자들의 SBS(아침드라마 <엄마가 바람났다>, 캐스팅 업무), MBC(드라마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 보조출연 반장 업무) 업무 복귀 사실을 알리고 불시청 운동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방송국들은 사과와 함께 사건 관련자들의 업무 배제 사실을 밝혔는데, 그로부터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가해자의 업무 복귀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장 씨는 4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사건 이후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해 제보가 많이 들어온다"라며 "이번 <연인> 소식도 그렇게 알았고, 가해자들은 (이번 말고도) 지속적으로 업무에 임해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해자들이 특정 소속사에서 지속적으로 방송가 업무를 맡고 있고, MBC는 지난 2020년의 사과 및 계약해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그들과 계약을 맺어왔다는 게 장 씨의 주장이다. 기자가 '<연인>을 제외하고도 가해자의 업무복귀가 있었느냐'고 묻자 장 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한 기획사에 (가해자들이) 다 몰려 있다. 이 기획사는 MBC 것만 한다"고 밝혔다. 다만 <프레시안>과 통화한 MBC <연인> 팀은 이에 대해선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씨가 딸의 피해를 목도한 지 18년째, 싸움을 시작한 지 14년째다. 가해자들의 명예훼손 고소 등으로 "집 한 채를 팔았다"는 장 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싸움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로 피해자들의 '유언'을 들었다. "엄마는 강하니까, 원수 갚고 20년 후에 만나자고 딸이 말했으니까요. 6년 살면 나도 이제 가야죠." <연인> 불시청 운동으로 새로운 싸움을 앞둔 장 씨가 밝힌 심정이다.

장 씨의 호소가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지난 3일부터 MBC 시청자소통센터엔 "드라마 <연인> 불시청하겠다", "가해자를 업무에서 배제하라"는 등의 시청자 게시 글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2004년 시작된 단역배우 두 자매 사건은 2023년 현재도 여전히 끝나지 않은 성폭력·사망 사건이다. 드라마 현장 스태프, 관리반장 등으로 일하던 12명의 가해자들은 지난 2004년 8월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성보조출연자를 집단적으로 성추행·성폭행했다. 피해자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다.

피해자는 오히려 경찰로부터 2차 가해를 당했고, 고통을 호소하던 끝에 2009년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피해자에게 보조출연 일자리를 소개해준 여동생까지 죄책감에 세상을 떠났고, 연이은 딸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아버지마저 두 달 뒤 뇌출혈로 사망했다. 피해자의 어머니 장연록 씨만이 살아남아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등 14년째 외롭게 싸우고 있다.

장 씨가 가해자들의 신상을 고지하는 등 '법외투쟁'에 나서자, 가해자들은 장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법원은 지난 2017년 무죄를 선고했다. 2018년 '미투' 국면 당시 이 사건이 다시 조명 받자 경찰이 진상조사팀을 구성했지만, 공소시효 만료 등의 이유로 재수사도 무산됐다. 장 씨가 가해자의 복귀 소식을 뒤쫓는 등 홀로 활동을 이어오는 이유다.

▲3일 유가족 장연록 씨가 본인의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한 <연인> 관련 가해자 업무 복귀 사실 폭로 영상의 캡처 화면. ⓒ장연록 씨 유튜브 캡처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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