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토장 된 민주당 '쇄신 의총'…이재명 '반문 화법' 트럼프 벤치마킹?

백다혜 기자 2023. 5. 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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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3일) 민주당 새 원내지도부가 첫 의원총회를 열었습니다. 현재 당이 직면한 '돈봉투 의혹'에 대한 쇄신안 마련을 위한 난상토론이 벌어졌는데요. 당 지도부의 대응이 미흡했단 성토도 이어졌습니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대표가 자신에 대한 불리한 질문에 상대의 허물로 반문하는 화법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관련 내용, 정치 인사이드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어제 민주당의 의원총회가 열렸습니다. 새 원내지도부 출범 이후 첫 의원총회로 세 시간 가까이 난상토론이 진행됐는데요. 이날 총회에선 송기헌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로 인준됐고,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25명의 의원이 돈봉투 문제 등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어제 윤관석, 이성만 의원의 자진탈당으로, 이번 의총에서 '돈봉투 의혹'이 화두로 떠오를 거란 건 이미 예상됐던 바죠.

[김한규/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결론은 두 분이 탈당했다고 끝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지금부터 당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가 중요한데 여기서 우리가 그냥 수사만 어떻게 진행되는지 바라본다면 '꼬리자르기다'라는 얘기를 들을 거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상당히 이견들이 여러 가지가 나왔어요.]

당의 엄정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성토가 이어졌다고 하는데요. 앞서 당내에선 '돈봉투 의혹 리스트에 오른 이들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이어졌습니다.

'백 예순 아홉명 의원,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셀프 조사'란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에 따라 대응하는 방안이 검토된 듯 합니다.

[김민석/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정당이 하면 셀프조사 아니냐라고 먼저 비판들이 많이 있어서 이것은 실제로 저희들이 조사에 한계도 있고 해서 이것은 사법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면 진행되는 대로 즉흥적으로 바로바로 즉각적 대응을 하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 이렇게 본 겁니다.]

돈봉투 의혹에 대한 당 지도부의 대처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표 본인의 사법리스크 때문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 바 있습니다.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지난 2일) : 사법리스크 때문에 우리 이재명 대표가 지나치게 지금 위축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는데 자신감을 갖고 이 건에 대해서 '원칙대로 대응을 하셔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래야지 당이 삽니다.]

어제 의총에서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이소영/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어제) :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랑 비교하는 의견도 있었을까요?} 사실 지금 우리 당 관계자들에 대한 다양한 사건들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사건들이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판단되어야 되고, 처리되어야 되고, 또 시스템에 의해서 대응되어야 된다라고 하는 것에 대한 지적과 주장과 언급은 있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쇄신과 당 지도부의 잘못된 대처를 지적하는 성토가 쏟아진 가운데 어제, 이재명 대표의 '반문' 화법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어제) : {탈당 관련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도 있으셨는데 당에서 따로 제안을 하신 게 있으신가요?} 우리 태영호 의원의 녹취 문제는 어떻게 돼갑니까? 명백한 범죄행위로 보이던데. {지금 검찰 수사가 진행된 다음에 탈당을 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태영호 사건을 검찰 수사를 한다고요? 원래 의무적 수사 사항이라고 하던데. 네, 고맙습니다.]

이 대표의 되묻기식 반문 화법. 언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닮은꼴 화법이란 평가가 나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기간 동안 불리한 질문이 이어지면 "넌 어떻고?(WHAT ABOUT?)"라고 받아치며 화제를 전환했는데요. 문제의 핵심을 모호하게 만들고, 생산적 토론을 가로막는단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 대표를 향해서도 사이다라는 별명이 무색한 '물타기 화법'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당내에서도 쓴소리가 나왔습니다.

[최재성/전 청와대 정무수석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김건희 여사부터 시작해서 야당에 대한 어떤 정치공세, 또 정치수사라고 그러죠. 이런 것에 비해서 너무 편파적이다, 이런 것을 에둘러서 지적을 하는 것 같은데요. 저는 당대표가 하실 수 있는 그런 발언이나 행위가 아니라고 봅니다.]

이에 앞서 조응천 의원은 이미 당 지도부 대응을 비판하며 이 대표의 화법을 지적했었는데요.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지난 2일) : 지금 이런 모습은 예를 들어 '김현아 의원은요?' 뭐 이런 식으로 하는 것들, 별로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모래에 머리 박고 있는 타조 같은 그런 모습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좀 안타깝습니다.]

국민의힘에서도 이 대표를 향한 공세가 이어졌습니다. 화법에 대한 지적과 함께 '되묻기'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직격했습니다.

[김병민/국민의힘 최고위원 (KBS '더 라이브' / 어제) : 화법이 너무 재밌잖아요. 물어보고 싶어요. 안민석 의원은 잘 지내시나요? 오늘 안민석 의원이 '음주운전·불륜·사기 공천 주면 안 된다' 이렇게 얘기해서 한바탕 기사가 된 적이 있는데 이재명 대표의 저런 화법으로 얘기를 하게 되면 본인에 대한 얘기를 물어보고 당에 대한 얘기를 물어보는데 자꾸 엉뚱한 얘기로 시선을 회피하는 것 아닙니까.]

안민석 의원이 소환된 이유. 앞서 안 의원이 '음주운전과 불륜 등 도덕성 하자가 있는 이들에게 공천을 주면 안 된다'고 발언했는데, 이 발언이 이 대표를 겨냥했다는 겁니다. 문제의 발언, 확인해 봤는데요.

[안민석/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어제) : 지금 제 주위의 지역 보면 음주운전 전과자나 사기 전과자, 심지어 불륜을 저지르고도 남의 가정을 파괴한 그런 분들도 선거에 앞으로 출마하겠다고 주민들에게 행세를 하고 있거든요. 이런 사람들은 당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해야 되는 것이죠.]

민주당의 도덕성 해이를 지적하면서 '도덕성에 하자가 있는 사람들은 당원 자격 자체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한 겁니다. 당이 '부패 척결에 대한 도덕성 회복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건데요.

[안민석/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어제) : 당 전반에 언젠가부터 도덕성이 해이해져 있는데 이것을 재무장하는 그런 계기로 삼기 위해가지고 도덕적 하자가 있는 사람들은 출당시키거나 당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자. 두 번째로 지금 말씀하신 이번 돈봉투 사건 관련자들 있지 않습니까? 여기에 대해서도 언론에 회자된 당사자들에 한해서 저는 일단 자진 출당을 권유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도덕성'을 두고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해당되는 거냐'라는 질문에는요, 돈봉투 의혹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별개라며 구분 짓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되려 당 지도부 사퇴를 얘기하는 '소수의 의원들'을 겨냥해 비판했는데요.

[안민석/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어제) : 돈봉투 사건하고 사법리스크하고는 별개로 구분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특히 돈봉투 사건 계기로 '이재명 사퇴해라', '이재명 사법리스크 있으니까 사퇴해라'라는 이야기에 제가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고요. 당내에서 지도부 사퇴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 아주 소수의 의원들이 계신데요. 아니 그분들은 윤석열 정권과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이재명 대표하고 당원들하고 싸우는 이런 분들은 참 저는 정체성이 의심스럽고요.]

본인이 의도했던 바완 다르게 이재명 대표를 저격한 모습이 된 건데요. 국민의힘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를 놓치지 않고 비판했습니다.

[장예찬/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어제 / 페이스북 음성대역) : 음주운전, 사기, 불륜 모두 이재명 대표를 콕 짚은 용기를 높이 평가합니다. 이렇게 대놓고 이재명 대표 물러나라고 주장하실 줄 몰랐습니다. 5선 중진의 용감한 선언에 민주당 젊은 의원들도 동참할 거라 믿습니다.]

안민석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지칭한 게 아니라며, 정치의 기본은 '도덕성'이라는 원론적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에 나섰습니다. 다만 안 의원이 강조한 도덕성의 기준. 국민의 시각과는 조금 다른 듯 합니다. 지난해 안 의원은 최강욱 의원의 '00이' 발언에 대해, 윤리심판원이 6개월 당원자격 정지란 중징계를 내리자 크게 반발했는데요.

[안민석/더불어민주당 의원 (2022년 6월 21일 / 페이스북 음성대역) : 최강욱 의원의 징계로 윤석열 정권의 최전방 공격수를 민주당이 스스로 제거하는 어리석은 짓을 범했다. 윤석열 정권의 아픈 이를 민주당이 알아서 뽑아 주었으니 '뻘짓'도 이런 뻘짓이 없다. 월드컵을 앞두고 손흥민 같은 골잡이를 집에 돌려보낸 꼴이다.]

이후 최강욱 의원은 '징계 불복'을 선언하며 재심을 신청했는데요. 결국, 지난해 11월 진행된 재심에서 윤리심판원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최강욱 의원의 해명 이후 1년 정도가 흐른 지금도, 제대로 된 징계 절차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건데요. 어제 박광온 원내대표는 첫 의총을 진행한 뒤 대국민사과와 함께 다시금 쇄신 의지를 밝혔죠. 이를 위해서는 당이 직면한 문제를 두고 '정무적인 판단에 따른 말바꾸기', 그리고 '상대를 겨냥한 되묻기'에 그치치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상민/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강제수사권이 없어서 조사를 안 하겠다고 하면 그럼 학교에서는 어떻게 학생들 잘잘못에 대한 부분은 따지고 책임을 묻고 이런 걸 합니까? 어떤 문제가 드러났다, 그러면 그 문제를 진상규명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하고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묻든지, 무고함을 밝혀주든지, 이렇게 하는 노력이 자체 정화 기능이 있는 게 기본이죠,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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