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현대차 ‘알박기 집회’ 대책 마련 권고…경찰, 불수용 의사

곽진산 2023. 5. 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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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본사 앞 1인시위를 방해할 목적으로 신고된 '알박기 집회'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경찰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지만, 경찰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서울 서초구 현대차 본사 앞에 우선 신고된 집회를 1인시위를 방해하려는 목적의 '알박기 집회'라 보고 중복집회 모두 보장될 수 있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서초경찰서가 수용하지 않았다고 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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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순위 중복집회 충돌 빈번한데
경찰 “현행법상 한계”로 뾰족수 못내놔
서울 서초경찰서 집회신고 접수 장소 앞에서 현대기아차 쪽 아르바이트 학생 등이 음악을 듣거나 만화책을 보며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회사는 이렇게 집회신고를 접수한 뒤 본사 앞 도로에서 1년 내내 ‘알박기 집회’를 열었다. 한겨레 자료 사진.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제공.

현대자동차가 본사 앞 1인시위를 방해할 목적으로 신고된 ‘알박기 집회’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경찰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지만, 경찰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서울 서초구 현대차 본사 앞에 우선 신고된 집회를 1인시위를 방해하려는 목적의 ‘알박기 집회’라 보고 중복집회 모두 보장될 수 있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서초경찰서가 수용하지 않았다고 4일 밝혔다. 2013년부터 현대차 인근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1인시위를 벌여온 진정인은 지난해 6~7월 현대차 쪽에서 자신의 시위를 방해해왔지만, 관할 경찰서인 서초경찰서가 적절한 보호를 하지 않아 집회의 자유가 침해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 조사 결과, ‘국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건전한 집회문화 정착 촉구대회’라는 내용으로 현대차 쪽이 먼저 신고한 집회는 99명이 참석하기로 했지만 실상은 1~2명만 집회를 진행했다. 그러다 진정인이 나타나면 우선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들이 집회하지 않는 장소에서조차 집회하려는 행위를 방해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진정인이 설치한 천막을 훼손하거나 천막 내부에서 현수막을 들고 자신들의 집회 장소라고 주장하는 방식으로 진정인의 집회를 방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겉으로 보기에 적법 집회처럼 보이지만, 실질은 회사 경영방식에 반대 의사를 표출하는 후순위 집회를 원천 봉쇄하거나 방해하려는 목적의 ‘알박기 집회’”라고 규정했다.

인권위 권고에 대해 서초경찰서는 “현장 대화 등으로 선·후순위 집회가 모두 온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적극 대응했다”며 인권위에 의견을 밝혔다. 현장에서 추가 대응 조처할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이에 인권위는 “현대차 쪽 집회 참여자들의 위법한 자력구제 행위에 대해 엄격히 지도하고 제재할 필요가 있었다”며 “현장 경찰들이 일부 중재노력 이외에 중복집회 사항은 경찰 업무 밖이라며 적극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경찰이 권고를 사실상 불수용한 것으로 판단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현대차 집회 외에도 ‘알박기 집회’ 문제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진행하는 ‘수요시위’에서도 수년째 이어지는 중이다. 2020년 5월 정의연의 회계 부정 논란이 불거지면서 극우·보수 단체들은 평화의 소녀상 앞에 집회신고 접수를 선점하는 식으로 집회 장소를 차지해왔다. 정의연의 요청으로 인권위가 지난해 1월 “보호 조처에 나서야 한다”며 종로경찰서장에게 긴급구제 조처도 권고했지만,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경찰은 집회및시위에관한법(집시법)상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복집회가 신고되면, 관할 경찰서장은 시간을 나누거나 장소를 분할해 개최하도록 주최 쪽에 권유해 서로 방해되지 않도록 집회를 개최·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돼있다. 경찰청이 지난해 11월 만든 ‘중복집회의 평화적 관리를 위한 입법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현행 집시법 체계에서는 중복집회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경찰에게 구속력 있는 중복집회 조정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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