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韓서 벌어 본사 배불리는 다이슨, 590억 첫 배당…기부는 달랑 '1.8억'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잇따른 가격 인상으로 배짱 영업에 나섰던 다이슨이 지난해 매출이 대폭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부금을 늘리거나 국내 투자에 나서기는 커녕 해외법인으로 거액의 배당금까지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잦은 가격 인상과 사후 처리 등에서의 소비자 불편에도 다이슨을 대체할 제품이 없다는 점에서 '한국 시장의 다이슨 짝사랑'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다이슨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9% 늘어난 6천739억6천218만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IT 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韓서 역대급 실적 행진…지난해 두 차례 '가격 인상' 주효
역대급 실적 덕에 다이슨코리아는 해외법인으로 지난 2020년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기 시작한 이래 첫 배당금도 보냈다. 다이슨코리아의 지난해 배당금은 590억원이다.
이 탓에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69.8% 줄어든 197억7천709만원으로 집계됐다.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1% 오른 787억7천709만원이다.
이는 국내에서의 잇따른 가격 인상이 주효했다. 다이슨은 지난해 1월 '에어랩 멀티 스타일러' 가격을 기존 59만9천원에서 64만9천원으로 5만원 올렸고, 같은 해 7월에 또 다시 5만원을 올렸다. 올해도 3월 1일에 한 차례 더 인상해 현재 74만9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첫 출시된 이 제품의 출시 당시 가격은 53만9천원이었다.
또 다른 인기 상품인 드라이어 제품 '슈퍼소닉'의 가격도 잇따라 올렸다. 이 제품의 가격은 지난해 1월 46만9천원에서 49만9천원으로 3만원 인상됐고, 올해 3월부터 54만9천원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전에는 제품 가격 기습 인상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렸다. 특히 지난 2018년 8월에는 물류비, 인건비 등을 이유로 무선청소기 소모품 가격을 공지하지 않고 38.16%나 몰래 인상해 논란이 됐다.
반면 국내에서의 기부에는 여전히 인색했다. 다이슨코리아의 지난해 기부금은 1억8천76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 줄였다. 지난해 기부금도 1년 전에 비해 14.3% 줄인 2억950만원에 불과했다. 기부금 규모가 쥐꼬리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서비스 질 향상 등 국내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지 않다. 다이슨은 국내 진출 이후 소비자들의 문의에 대응할 콜센터 인력, 서비스 센터 부족 등의 지적을 자주 받았으나, 개선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서비스 센터 수는 2018년 50개에서 현재 52개로, 소폭 늘리는데 그쳤다. 제품을 서비스 센터에 맡겨도 느린 부품 입고와 긴 대기 시간으로 불만을 터뜨리는 고객들도 상당수다. 제품 가격이 비싼데 내구성이 떨어져 고장이 자주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선 투자 활발…싱가포르·필리핀·영국서 첨단 제조 시설 확장
반면 글로벌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와 필리핀, 영국에선 활발한 투자 활동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에는 차세대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고, 필리핀과 영국에 새로운 연구개발(R&D) 캠퍼스를 신설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다이슨 배터리 공장은 새롭게 개발된 다이슨 제품을 위한 독점 기술을 가진 다이슨 배터리 셀을 생산할 예정이다. 공장 규모는 53개의 농구 코트 크기에 달하며, 올해 완공돼 2025년까지 완전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다이슨 관계자는 "이번 투자가 다이슨 역사상 첨단 제조 부문에 있어 가장 중요한 투자"라며 "더 작고, 가볍고, 지속가능성을 갖추면서도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선구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약 10여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배터리 프로그램을 착수해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롤랜드 크루거 다이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싱가포르 첨단 제조 시설의 확장은 다이슨으로 하여금 완전히 새로운 배터리 기술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며 "싱가포르는 다이슨과 같은 첨단 기술 기업에 있어 완벽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이슨은 필리핀 테크놀로지 센터에 1억6천600만 파운드(약 2천761억원)를 투자한다. 필리핀 산토 토마스에 위치한 센터는 약 92개의 농구 코트에 달하며 오는 2024년 상반기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다이슨의 연구, 개발 및 첨단 모터 제조 역량을 모두 통합해 관할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다이슨은 이 센터 투자의 일환으로 올해 말 약 400여명의 엔지니어를 비롯해 50명 이상의 학부를 졸업한 신입 엔지니어를 우선 고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필리핀 센터의 R&D 팀은 소프트웨어, AI, 로보틱스, 유체 역학 및 하드웨어 전자공학 분야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이슨이 가격 인상, AS 정책 등에 대한 논란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헤어기기에선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없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베짱 영업에 나설 수 있는 듯 하다"며 "해외 투자에 활발히 나서면서도 다이슨 매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선 여전히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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