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 vs 금융안정… 전문가들도 ‘동결’·‘인상’ 엇갈려
물가 고공행진·경기침체 고려
기준금리 ‘동결’ 전망 우세 속
수입물가 상승 등 우려도 제기
주요국 행보도 달라 예측 못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면서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앞둔 한국은행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하는 데다 수출 부진 등 경기침체를 고려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원화 추가 약세와 외국인 자금유출 등 리스크(위험)가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한은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차 확대가) 환율 시장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불안한 환율이 물가나 국내 자본 해외 유출 등과 엮이면서 금융시장에 크게 교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한은 금통위가 환율 상황이 크게 악화하지 않으면 이번에도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를 동결할 경우 2월과 4월에 이어 세 번 연속 동결로, 시장에 금리 인상기가 사실상 종료됐다는 신호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금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유입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한국의 건전성이 여전하고 아직 차익거래상 미국 채권 구매보다는 한국 채권 구매가 외국인에게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주요국의 행보도 서로 달라 한은이 시장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할지는 미지수란 관측도 있다. 호주는 이달 초 금융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 금리를 동결하면서 호주의 금리 인상 국면이 끝났다는 분석이 나왔으나, 예상보다 높은 물가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는 분석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인상이 끝이 아닐 것이라 전망했다. 반면 캐나다는 경기 침체에 무게를 두며 1월부터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도 엇갈린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물가 안정보다는 금융 안정에 더 방점을 찍어야 할 때”라면서 한은의 최종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예상했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도 “금리 인상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한은도 곤혹스러운 입장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국이 큰 폭은 아니지만 일정 수준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1%포인트를 유지할 정도로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병훈·이도형·이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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