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 총리 사과·오염수 문제, 더이상 ‘굴욕 외교’ 없어야

한겨레 2023. 5. 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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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52일 만에 다시 마주한다.

강제동원 피해에 대해서도 '제3자 변제 해법'으로 일본에 '면죄부'를 줬지만, 기시다 총리는 직접 반성과 사과를 밝히지 않았다.

일본 시민단체조차 4일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문에서 일본의 과거 식민지배와 관련해 직접 반성과 사죄를 표명하고 강제동원 피해자에게도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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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월1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52일 만에 다시 마주한다. 안보와 반도체 공급망 협력 등 양국간 주요 관심사들이 두루 논의되는데, 특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도 주요 의제에 포함된다. 국민 우려를 반영한 분명한 입장 표명이 중요하다. 기시다 총리의 과거사 사과 여부도 한일 여론이 주목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 대해 대통령실은 “기시다 총리는 앞서 한-일 관계 개선을 주도한 윤 대통령님의 용기있는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이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번 답방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전해왔다”며 홍보했다. ‘답방’ 자체가 ‘보답’이 되어선 곤란하다. 어떤 ‘보답’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여론의 기대수준은 높지 않다. 이미 지난번 도쿄 회담이 어떠했는지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수준이 낮다고 해서, ‘굴욕 외교’를 또한번 용납하겠다는 뜻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회담에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4일 “국민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그 부분을 우리가 굳이 현안에서 제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떠밀려서 마지못해 하는 듯한 곤란한 속내를 숨기지도 않는다. 일본은 방류에 사용될 해저터널 작업을 지난달 완료했고, 다음달 쯤 오염수 처리 과정을 검증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가 발표되면 7월쯤부터 방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일본 정부의 이런 주장을 무조건 받아들일 게 아니라,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으면 방류를 강행해선 안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 조사에 한국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지만, 한일간 별도 과학적 조사 등으로 우려사항을 다시 검증할 필요가 있다.

강제동원 피해에 대해서도 ‘제3자 변제 해법’으로 일본에 ‘면죄부’를 줬지만, 기시다 총리는 직접 반성과 사과를 밝히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한일관계 개선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일본 시민단체조차 4일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문에서 일본의 과거 식민지배와 관련해 직접 반성과 사죄를 표명하고 강제동원 피해자에게도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정상은 3월 ‘돈가스 회동’에 이어 이번에는 ‘숯불 불고기’ 만찬을 한다고 한다. 중요한 과제를 덮어버리고 ‘뭘 먹느냐’만 부각시키고, 한일·한미일 군사 협력만 강조하는 것으로 ‘한일 관계 개선됐다’고 부풀리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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