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직후까지 이웃동생 챙긴 예서…어른보다 의젓했다

최혁규 기자 2023. 5. 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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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부산에서 발생한 등굣길 참변에서 불법주정차 및 안전의무 위반 등 어른의 무책임한 태도가 사고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고(故) 황예서 양이 이웃 동생을 챙기던 의젓한 당시 모습이 알려져 더 큰 슬픔을 주고 있다.

청동초 학부모들은 제2의 예서를 막기 위해 앞다퉈 등굣길 교통지도를 자처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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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구 청동초 등굣길 참변 당시
예서 양 "숨쉬기 어렵다" 알리며
동생엔 "언니 괜찮아" 안심시켜
평소에도 인도 안쪽으로 걷게 해
그 덕분에 그 아이는 목숨 구해
학부모회 자발적 교통지도 확대

지난달 28일 부산에서 발생한 등굣길 참변에서 불법주정차 및 안전의무 위반 등 어른의 무책임한 태도가 사고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고(故) 황예서 양이 이웃 동생을 챙기던 의젓한 당시 모습이 알려져 더 큰 슬픔을 주고 있다. 청동초 학부모들은 제2의 예서를 막기 위해 앞다퉈 등굣길 교통지도를 자처하고 나섰다.

4일 영도구 청동초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된 황예서 양의 추모관. 아이들이 가져온 간식을 놓은 후 추모 글귀를 적고 있다. 조성우 기자


4일 부산 영도구 청동초 등굣길 사고 당시 경상을 입은 A 양의 학부모는 국제신문 취재진에 “예서가 어망실에 깔린 후에도 함께 손잡고 가던 제 딸에게 ‘언니는 괜찮아’라며 안심시켰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심각한 부상으로 인해 “숨을 쉬기 어렵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면서도 함께 등교하던 이웃 동생에겐 의젓한 모습을 보이려 한 것이다.

A 양의 가족에 따르면, 예서는 지난 3월 청동초에 입학한 같은 아파트의 1학년 A 양을 살뜰히 챙겼다. 예서와 다른 친구 B, C 양은 번갈아가며 A 양의 ‘등굣길 짝궁’을 자처해 하루씩 A 양의 손을 잡고 등교했다. 이날은 예서가 A 양과 등교하던 길이었다. 사고 당시 B, C 양도 가까이에 있었지만 가까스로 화는 면했다.

예서와 친구들은 자신보다 어린 동생이 차도에 가까이 걷다가 혹시라도 달리는 차량에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며, 항상 A 양을 인도 쪽으로 걷도록 한 뒤 함께 등교했다. 사고 당일에도 차도에서 인도로 비스듬히 굴러오는 어망 원사에 예서 양은 직접적인 충격을 받았지만, 다행히 인도 안쪽으로 걷던 A 양은 예서의 보호 덕분에 큰 부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모습은 사고 당시 어른과 대조적이다. 사건 당시 공개된 CC(폐쇄회로)TV를 보면, 어망 원사가 내리막길에서 굴러 내려가자 비탈길 위 업체에서 상하차 작업을 하던 일부 직원은 황급히 뛰어 내려갔지만 몇몇은 이내 포기하고 뒷짐을 지고 되돌아가는 모습이 찍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사고 현장에 예서 양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 있다. 조성우 기자


경찰은 사고를 유발한 어망 제조업체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영도경찰서는 업무상과실치사·건설기계관리법 위반 혐의로 업체 대표 D(70대)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D 씨는 사고 당시 면허도 없는 상태에서 지게차 운전을 한 혐의다. 이 외에도 경찰은 상하차 작업 당시 관여한 작업자를 5명으로 좁히고 책임 소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작업 안전 계획서 작성이나 신호수 배치 등 전반적인 안전 문제를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이날 오전 업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제2의 예서 사건을 막기 위해 학부모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청동초 학부모회는 직접 통학로 안전을 확보하겠다며 자발적으로 교통지도에 나섰다. 예전에는 매주 월요일에만 교통지도에 나서다가 사고 이후 지난 1일부터 평일 등굣길 교통지도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학부모회가 교통지도를 실시한 구간은 일동주택부터 일신마리나아파트 입구까지, 사고가 발생한 지점을 포함해 200m가량으로 대폭 넓혔다. 인원도 4명에서 6명으로 늘렸으며, 이날은 3명이 더 지원해 9명이 참여했다. 현재 청동초 학부모회에는 교통지도 신청 인원이 270명을 넘었다. 청동초 전교생(552명)을 감안하면 학부모 절반 이상이 아이들 안전지킴이를 자처했다.

학교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학부모는 “생업이 바쁘지만 이번 일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교통지도에 나갔다”며 “등굣길 지도를 하고 있으면 아이를 바래다 주던 다른 학부모들이 ‘나도 하겠다’고 말한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최혁규 조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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