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를 사냥했다” 尹정부와 전면전 선포한 민주노총

이혜영 기자 2023. 5. 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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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 투쟁 결의대회 열고 尹대통령 퇴진 운동 예고
“정권이 자국민 살해 행위…또 다른 양회동 나올 지도”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5월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한강대로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 등이 정부규탄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과 강압 수사를 비판하며 분신한 민주노총 강원지부 간부 고(故) 양회동(50)씨의 사망으로 노동계가 들끓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121개 시민사회 단체, 야권은 일제히 정부 책임론에 불을 지피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위한 총력 투쟁을 선포했다. 

건설노조는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를 강도 높게 규탄했다. 이날 결의대회를 위해 서울역에서 집결한 4000여 명의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은 대통령실로 행진하며 "노동자 죽이기를 멈춰라" "건설 노동자 사냥, 마녀 사냥을 일삼는 정부는 물러나라" 등 구호를 외쳤다. 

노조는 "건설노조를 향한 유례 없는 강압적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이 건설 노동자를 죽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권의 검찰 독재 정치를 끝내고, 건설노동자가 존중받고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총력·총파업 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정권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구속된 노조원들에 대한 석방과 과잉·강압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조합을 통해 건설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살 수 있도록 변화시켰는데 그것을 불법으로, 비리로, 폭력으로 매도했다"며 "(노동자를) 갈취범으로, 공갈범으로, 파렴치범으로 내몬 윤석열 정권이 동지를 죽였다"고 성토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도 "정권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살해 행위를 하고 있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정권이 건설노동자를 탄압하고 공갈협박범이라고 하며 존엄을 말살하려 하니 얼마나 분하고 억울했으면 양 지대장이 자신의 몸에 불을 댕겼겠느냐"고 울분을 쏟아냈다.

장 위원장은 "우리 동지들이 얼마나 더 구속될지, 양회동 동지 같은 사람이 또 나올지 누구도 모른다"며 "(정부가) 우리를 죽이려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에 건설노조는 전면전을 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퇴진시키자"고 주장했다.

5월4일 오후 서울역 인근 한강대로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원들이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결의대회 전 행진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들은 양씨가 남긴 유서 내용도 공개했다. 양씨는 유서에서 자신과 노조를 겨냥한 수사에 억울함을 드러내며 "꼭 승리해야만 한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집회에 참석한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특진'을 내걸고 노동자 탄압에 앞장 선 경찰과 윤 대통령을 싸잡아 맹비난했다. 이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1년 안된 임기 내내 노조를 공격했다"며 "올해 2월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을 척결하라는 대통령 말이 떨어지자마자 경찰이 건폭 수사로 (경찰) 50명을 특진시키겠다 했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3개월 새 13개 지부가 압수수색 당하고 1000명 넘는 조합원이 조사를 받았으며, 그 중 15명이 구속됐다"며 "무고한 노동자가 희생되지 않도록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국회에 소환해 탄압 중단을 촉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을 비롯한 시민사회, 종교계 등 121개 단체도 이날 민주노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같은 시각 인근에서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가 맞불 집회를 열고 '민주노총 해체', 귀족 노조 해체'를 주장해 긴장감이 높아졌지만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월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회동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건설노조는 이날 유족으로부터 장례 절차를 위임받아 양씨 빈소를 강원 속초시에서 서울로 옮겼다. 노조는 장례를 노동조합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았다.

이 대표는 조문에 앞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건설사를 주축으로 한 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노동자 만 때린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건설업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해법 대신 건폭 운운하며 노동자를 폭력배 취급하는 분열의 정치를 중단하라"며 "세계 10위 경제 대국에서 정권의 폭력적 탄압에 노동자는 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가, 이 허망한 죽음 앞에 도대체 정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탄식했다. 

그는 숨진 양씨가 "정치의 제물이 되었다"고 호소한 점을 언급하며 "검찰 수사가 정권 입맛에 맞춰 편향되어 있다는 마지막 경고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민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주가조작, 전세 사기 수사는 도통 감감무소식이다. 대통령 '깐부'들이 개입된 50억 클럽 수사는 '제 편 봐주기 수사'의 전형을 밟고 있다"며 정부 규탄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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