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운동회도 못 치르는 초등학교…가까스로 ‘합동 운동회’
이어서 ET콕입니다.
청명한 봄 하늘에 펄럭이는 만국기 아래 힘차게 울려 퍼지던 함성 기억 나시나요?
["와~~!!!"]
중년 성인들은 초등학교 봄 운동회의 기억이 생생할 듯합니다.
시작은 둥그런 바구니.
아이들이 열심히 던진 오자미에 바구니가 입을 쩍 벌리면 오색 종이조각들이 마치 꽃비처럼 내렸습니다.
주 종목은 달리기와 공 굴리기, 그리고 기마전.
대미는 항상 릴레이, 계주가 장식했습니다.
주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때마 운동장은 환호와 탄식이 번갈아 메아리쳤습니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바통을 떨어트리거나 달리다 넘어지는 실수는 해마다 등장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하나가 됐던 잔치였는데 언제부턴가 옛날 이야기가 됐습니다.
지난 3일 충북 단양공설운동장에선 초등학교 운동회가 열렸는데요,
["온달 이겨라! 평강 이겨라!"]
얼핏 옛날 그 운동회와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참가한 학생들은 각기 다른 학교 학생들이었습니다.
관내 7개 초등학교가 공동으로 연 '연합 또는 합동 운동회'이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학생 수가 모자라서...
그도 그럴 것이 7개 초등학교 모두 전교생이 50명 미만이랍니다.
그래서 팀 구성조차 어려워지자, 궁리 끝에 7개 초교가 함께 모여 운동회를 연 겁니다.
["처음 보는 애들도 있어서 신기하고 재밌어요."]
서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동작구의 이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고작 117명.
그러다보니 이 학교 운동회는 청백 구분도 없습니다.
점수를 매기거나 우승팀을 가리지도 않습니다.
저출산 세태로 비롯된 풍경입니다.
전교생이 동작을 맞춰 연습하던 '매스게임'이나 '부채춤'은 사라진 지 오래, 대신 걸그룹 아이브의 노래에 맞춰 학생들이 즉흥적으로 춤을 췄습니다.
전국의 초등학생 수는 지난 2013년 278만여 명에서 지난해 266만여 명으로 줄었는데요, 오는 2029년엔 17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할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연합 운동회, 미니 운동회 등으로 운동회의 명맥을 이어간다지만, 이 마저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습니다.
학생 수가 급속하게 줄면서 일부 지역에선 운동장이 아예 없는 학교가 등장했다는 소식마저 들려와 마음이 더 착잡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동물원 '혜화동'
날씨 때문에 운동회가 행여 미뤄지거나 취소될까봐 며칠 전부터 조마조마하며 맘 졸였던 그때, '운동회'라는 힘들 때 꺼내볼 추억 하나를 아예 잃어버린다는 것, 끝 모르는 저출산 위기 속에 아이들에게는 왠지 모르게 퍽 미안합니다.
지금까지 et 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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