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물 ‘재촬영’ 처벌조항 없어 무죄였지만…법원 “손해배상은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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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영상 불법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재촬영물' 처벌 조항의 미비로 무죄를 선고받았음에도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지게 됐다.
4일 서울동부지법에 따르면 연인과의 성관계 영상을 불법촬영·배포 혐의로 기소됐다 무죄를 선고받은 A씨에게 지난 19일 재판부(민사6단독 박혜림 판사)는 "피해자에게 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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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동부지법에 따르면 연인과의 성관계 영상을 불법촬영·배포 혐의로 기소됐다 무죄를 선고받은 A씨에게 지난 19일 재판부(민사6단독 박혜림 판사)는 “피해자에게 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A씨는 배포한 불법촬영 영상이 ‘재촬영 편집본’이라는 이유로 유죄가 인정되지 않았다.
피해자는 본인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이 촬영 및 유포됐다는 사실을 알고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각종 질환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이 피해 자체는 민사재판을 통해 마침내 인정했다.
2016년 3월쯤 A씨는 당시 연인이었던 피해자의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을 촬영해 지인 B씨에게 보낸 혐의로 2021년 3월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해당 영상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퍼뜨린 혐의로 별건 기소됐다.
당시 B씨는 불법촬영물 유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의 선고가 확정됐지만, 정작 A씨는 불법촬영·배포 혐의에 대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인에게 전송했다고 알려진 영상이 ‘재촬영 파일 편집본’이었기 때문이다.
‘재촬영물’이란 모니터 등에서 재생되는 영상을 휴대전화나 카메라 등 녹화기기로 찍은 촬영물을 뜻한다. 2018년 12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특례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에는 재촬영물(복제물)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유죄가 선고될 수 없었다.
해당 법 개정은 2018년 12월18일에야 이뤄졌다.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뿐 아니라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도록 바뀐 것이다.
2018년 개정 당시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었지만, 2020년 5월에 7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상향됐다.
다만 처벌조항이 미비해 무죄 선고가 난 형사사건 판결이 피해자가 낸 손배소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피해자는 2021년 6월 A씨, B씨를 상대로 손배소도 냈고, 형사사건을 맡은 재판부와 손배소를 심리한 재판부 모두 불법촬영 동영상의 촬영 대상이 피해자가 맞는다는 점을 인정했다.
박 판사는 “A씨는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 촬영물을 공공연하게 전시했고, B씨는 해당 동영상과 사진을 원고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이어 “피고들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극심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겪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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