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전문가 ‘신통일한국’ 비전 모색 필스버리, 한반도 안보 中 연관 강조 중국에 대한 각국의 각별한 경계 당부 폼페이오 “美·中 경쟁, 나라간 싸움 아닌 세계가 따라야 할 모델에 대한 경쟁” 김근식 “한반도 정세 20년 전과 달라 尹정부, 과거 탈피 새 안보정책 추진” “대만, 中 영토 아냐” 양안갈등도 논의
4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6회 싱크탱크 2022에 참석한 각국 전문가들은 미·중 전략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심화해가는 전 세계적인 신냉전 기조 아래 ‘신통일 한국’ 비전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탐색했다. 참석자들은 “미·중 간 전략 패권 경쟁이 구조화되고 있다”며 “한국은 새롭게 조성되는 신냉전 질서에서 가장 주체적으로 대응하는 새로운 전략 개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실체를 알아야 평화 가능”
이날 포럼의 첫째 화두는 오늘날 미국 중심 세계질서의 ‘도전 세력’으로 부상한 중국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북핵 위험이 상존하는 한반도에서 중국 문제는 한반도 문제와 결코 멀지 않다는 인식도 제기됐다.
전 미국 허드슨연구소 중국원 원장인 마이클 필스버리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기조연설에서 “오늘날 미국인 대부분은 ‘우리의 중국 전략이 실패했다’고 믿고 있다”며 “(중국의 개혁·개방 시기에) 중국이 끊임없는 정치 및 자유시장 개혁을 눈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을 우리의 친구’라고 (미국이) 폭넓게 상정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필스버리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도전에 대한 미국 정부의 나약한 대응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며 중국이 바깥으로 내보이는 우호적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적을 알아야 전략을 짤 수 있다”며 중국이 만들려는 새로운 세계 질서, 중국식 세계관에 대한 각국 지도자와 여론 주도층의 각별한 경계를 당부했다. “중국은 낡은 패권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글로벌 왕조를 탄생시킨 3000년의 신흥 강국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구소련 붕괴 경험에서 생긴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중국 지도자 심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스버리 선임연구원은 “시 주석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 가진 냉전 전략이 미국이 소련 공산당을 전복시키는 데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 역시 필스버리 선임연구원의 기조연설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중국을 어떻게 이해할지, 평화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의 견해에 동의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것은 나라 간의 싸움이 아니라, ‘세계가 따라야 할 모델에 대한 경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의 도전’은 인권, 법의 지배 등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는 문제, 미래세대의 ‘삶의 방식’에 대한 도전이라는 설명이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기후변화, 보건 협력 등 오늘날 국제사회의 위기에도 중국이 비협조적인 점을 거론하며, “(중국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한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재차 언급했다. 다만 폼페이오 전 장관은 중국 시민들과 중국 공산당을 구분하고, 중국을 더 알려고 노력하고 중국 시민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필스버리 선임연구원의 기조연설에 대해 국민의힘 김근식 통일위원장은 지정학적인 조건 등으로 중국과의 관계에서 한국이 처한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20년 전과 다르다. 탈냉전이라기보다는 신냉전 시대”라며 “윤석열정부는 과거의 틀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외교안보정책을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은 필스버리 선임연구원의 책 ‘백년의 마라톤’을 읽었다며 “실리적 외교를 취해야 하는 한국에 시사점을 준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필스버리 선임연구원은 한국 외교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묻는 이 의원 질문에 “(이미 나와 있는) 정보를 더 면밀하게, 치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참석자들은 오늘날 한반도 문제가 중국 문제와 연결돼있는 점에도 주목했다. 베르너 파슬라벤드 오스트리아 전 국방장관은 “중국은 세계에서 북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며 북한 문제와 중국 문제와 연관성을 재차 강조했다. 필스버리 선임연구원 역시 한반도 안보가 중국의 세계 패권 전략과 무관치 않음을 주지했다.
◆“대만은 중국 영토 아니다”
이날 포럼에서는 현재 아시아 지역의 가장 첨예한 분쟁이자 미·중 갈등의 핵심 전장이 되고 있는 양안 갈등 문제가 치열하게 논의됐다. 미국 조야의 정책결정자들 다수는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필스버리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대만을 중국 영토라고 하고, 미국이 대만을 보호할 권리가 없다고 얘기한다”며 대만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을 규탄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 역시 “중국은 대만을 침략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중 간의) 기본 합의를 지켜야 한다”면서 대만해협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파슬라벤드 전 장관은 특히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과 마르케타 페카로바 아다모바 체코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당시 중국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물론 그들이 대만을 방문하는 것이 (양안갈등 해결을 위해) 옳은 것인지에 관한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중국의 반응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난 뒤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시도한 점이 과도한 반응이었다는 비판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대만은 공산당 치하에 있지 않았다”며 “중국의 군사력을 동원한 통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