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날씨 풀리자… ‘낯 뜨거운’ 불법 전단 기승

김나현 2023. 5. 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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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 4번 출구부터 시작되는 '먹자골목' 거리에는 '20대 금발미녀 항시 대기', '1인 환영' 등의 문구가 적힌 성매매 알선 불법 전단이 즐비했다.

거리 위에 뿌려진 불법 전단을 밟고 선 학생들은 골목 내 푸드트럭에서 허기진 배를 채웠다.

특히 서울 유흥가를 중심으로 '셔츠룸'이라고 적힌 불법 전단이 다량으로 살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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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가·학원가 등서 즐비
마포구청, 민원 400건 넘게 쇄도
단속 취약 시간 이륜차 타고 살포
대포폰 사용해 실질적 단속 애로
자치구 절반가량 2022년 처분 10건↓
“아동 가치관 형성 부정적 영향”
수거 보상 넘어 근본책 필요 지적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 4번 출구부터 시작되는 ‘먹자골목’ 거리에는 ‘20대 금발미녀 항시 대기’, ‘1인 환영’ 등의 문구가 적힌 성매매 알선 불법 전단이 즐비했다. 인근에는 4개 초등학교, 2개 중학교, 3개 고등학교가 있다. 오후 8시쯤이 되자 역 근처 학원에서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거리 위에 뿌려진 불법 전단을 밟고 선 학생들은 골목 내 푸드트럭에서 허기진 배를 채웠다. 그때 남청색 교복을 갖춰 입은 권모(15)양이 한쪽 발로 어지러이 흩어진 전단을 길모퉁이로 ‘쓱쓱’ 밀어 넣었다. 권양은 “자세히 보고 싶지 않은데 보인다”며 “제가 볼 때 불편한 건 다른 사람도 기분 나쁠 것 같아 치웠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서울 시내 유흥가와 먹자골목을 중심으로 성매매를 알선하는 불법 전단이 대량으로 뿌려져 거리 위 시민과 전단이 어지러이 뒤섞여 있다. 김나현·윤솔 기자
날씨가 풀리며 바깥 활동을 하는 이들이 늘자 성매매·대부업 등을 알선하는 청소년 유해업소 전단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서울 유흥가를 중심으로 ‘셔츠룸’이라고 적힌 불법 전단이 다량으로 살포되고 있다. 셔츠룸은 여성 종업원이 셔츠를 입고 접대한다고 알려진 신종 유흥업소를 의미한다. 마포구청에는 지난해 말부터 관련 전단이 공덕동, 서교동 일대에 뿌려졌다는 민원이 400건 이상 접수됐다.

4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불법 유동광고물 수거 및 행정처분 권한이 있는 구청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배포자 적발이 어렵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는 불법 전단을 제작·배포한 자에게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옥외광고물법 제20조)하고, 현장 단속을 통해 경찰에 고발 조치할 수 있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서울특별시 25개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불법 전단을 제작·배포한 청소년 유해업소에 과태료 처분 및 경찰 고발을 300건 이상 진행한 자치구는 5개뿐이었다. 반면 10건도 진행하지 않은 자치구는 10곳으로 절반에 달했고, 단 한 건도 진행하지 않은 자치구도 있었다.

행정처분을 소극적으로 하는 자치구들은 청소년 유해업소 전단이 단속 취약 시간대에 오토바이를 타고 무차별 살포되기 때문에 현장 적발이 쉽지 않고, 전단에 적힌 전화번호도 ‘대포폰’인 경우가 많다고 해명하고 있다. 행정처분에 적극적인 지자체는 경찰과 합동 단속을 통해 전단 살포자를 벌금형 또는 구류의 형으로 처벌(경범죄처벌법 제3조)하거나, 한 달에 한 번 통신 3사에 번호 정보 조회를 요청해 전단 배포 업소를 추적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상반된 행정을 보였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는 ‘수거보상제’를 운영하며 불법 전단을 제거하고 있다. 시민이 직접 불법 광고물을 수거해 오면 1장당 50∼100원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수거보상제는 거리를 정비하는 효과는 있지만, 불법 전단을 살포하는 행위를 막을 수는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셈이다. 불법 전단을 일상의 풍경으로 여겨 방치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정처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한창 성적 호기심이 생길 수 있는 나이에 청소년 유해업소 전단에 노출되는 것은 잘못된 가치관을 만들 수 있다”며 “이는 정서적 방임이며, 그러한 환경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나현·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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