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 70만원인데··· '광클'해도 예약 어려운 명품 레스토랑
점심값 25만원···5분만에 예약 끝
명품소비 주축 떠오른 2030 어필
구찌 레스토랑·디올 카페도 인기
럭셔리 브랜드, F&B로 철학 전달
4일 방문한 서울 청담동의 루이비통 메종 서울. 현대건축의 거장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이 건물은 외관부터 압도적이다. 게리가 수원화성과 동래학춤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다고 밝힌 것처럼 건물은 한국적이면서도 동시에 이국적인 고혹미를 뽐낸다. 건물 4층에 한시적으로 마련된 팝업 레스토랑 역시 들어서자마자 방문객들의 기대를 한껏 충족시킨다. 건물 외관처럼 레스토랑 내부는 유려한 곡선으로 가득하고 높은 천장에는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이국적인 새를 모티브로 한 대형 모빌이 달려 있다. 테이블 위의 랜턴과 꽃 장식도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테이블 위에 차례대로 오르는 음식 역시 ‘먹거리’보다는 ‘예술’에 가깝다. 저녁 시간에 와인을 곁들인 코스 식사를 할 경우 1인당 70만 원을 지불해야 하지만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인 이곳은 루이비통의 3차 팝업 레스토랑 ‘이코이 앳(at) 루이비통’이다.
루이비통이 6월 15일까지 한시 운영하는 이코이 앳 루이비통은 런던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이코이’와의 협업 결과물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사전 예약을 받았는데 5분도 되지 않아 운영 기간 모든 예약이 마감됐다. 점심 한 끼에 25만 원, 저녁 한 끼에 35만 원, 와인 등을 곁들이면 가격이 배로 뛰지만 ‘희소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은 팝업 이벤트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루이비통은 이 같은 레스토랑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여러 분야로 확장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천장에 달린 모빌은 개당 1400만 원짜리 작품이다. 테이블 위에 장식된 오리가미 플라워 한 송이의 가격은 45만 원이다.
루비이통뿐만이 아니다. 구찌는 지난해 서울 이태원 구찌 가옥 6층에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레스토랑을 오픈했는데 개점 2주 전에 온라인으로 받은 사전 예약은 4분 만에 마감됐다. 구찌는 레스토랑 실내 인테리어를 구찌 브랜드 고유 색상인 초록색과 갈색으로 꾸며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했고 커트러리부터 매장에 비치한 소품에도 구찌의 브랜드 정신을 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음식을 맛보는 내내 구찌라는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디올은 지난해 서울 성수동에 210평 규모의 ‘디올 성수 콘셉트 스토어’를 선보였다. 매장·정원·카페로 구성된 이 건물은 프랑스 파리의 디올 플래그십 매장을 연상시킨다. 한시적으로 운영된 팝업 레스토랑인 ‘디올 카페’는 1~2시간 대기가 발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 단독 매장은 아니지만 메종키츠네는 현대백화점 판교와 목동점에, IWC는 롯데 본점, 톰딕슨은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불황에도 꺾이지 않는 한국인들의 ‘명품 사랑’은 명품 브랜드들이 운영하는 식음료(F&B) 부문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기대 이상의 고객 반응에 명품 브랜드들은 일회성 이벤트로 운영하려 했던 팝업 레스토랑을 반복적으로 운영하는가 하면 미국·일본·유럽 등에서만 운영하던 레스토랑을 한국에도 선보이기 위해 최적의 공간을 찾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명품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2030세대가 패션뿐 아니라 식음료에서도 ‘희소 경험’을 찾는 경향이 있어 이들을 잡기 위해 F&B 운영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각과 인테리어 체험을 통해 브랜드 철학을 우회적으로 반복 전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명품 업체들은 소비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2030세대에게 수십만 원으로 명품 브랜드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이들을 잠재 고객으로 끌고간다는 전략이다.
명품 업계 관계자는 “식음료 매장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진입장벽이 낮고 많은 사람에게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며 “일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명품 브랜드 레스토랑 예약에 웃돈이 얹혀져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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