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장타자' 정찬민, 188m 거리 7번 아이언으로 붙여 이글
정찬민 8언더로 단독선두
문경준 박상현 최호성 등
베테랑 골퍼들도 선두권
45세 베테랑 카르바요
5타 줄이며 해외파 선봉
◆ GS칼텍스 매경오픈 ◆
4일 성남 남서울CC 9번홀(파5). '괴물 장타자' 정찬민이 힘차게 날린 티샷은 무려 320m나 날아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모두들 부담스러워하는 벙커를 훌쩍 넘긴 정찬민은 이어 188m를 남기고 7번 아이언을 휘둘렀다. 결과는 온그린. 단 한 번의 퍼트로 이글을 잡아낸 정찬민은 이날 8언더파 63타를 기록하며 리더보드 맨 꼭대기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한국의 마스터스' 제42회 GS칼텍스 매경오픈 1라운드부터 선두권 선수들의 치열한 버디 전쟁이 펼쳐졌다.
덥수룩한 수염에 덩치가 커 '한국의 욘 람'으로 불리는 정찬민은 "오늘 그냥 경기가 너무 잘 풀렸다"며 밝게 웃어 보인 뒤 "생각지도 않게 좋은 성적으로 끝나 나도 놀랐다. 그린 스피드가 느리지 않았고 까다로운 내리막 퍼팅도 큰 실수가 없어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자신의 별명을 아는 듯 "다들 '정람'(정찬민과 욘 람의 합성어)으로 부른다"고 말한 정찬민은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콘페리투어를 준비하며 귀찮아서 깎지 않다 보니 기르게 됐다. 지금은 수염을 기른 내 모습이 하나의 캐릭터가 된 것 같다. 계속 기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정찬민은 아마추어 시절 국내 최고 장타자로 불렸지만 GS칼텍스 매경오픈과는 인연이 적었다. 아마추어 시절인 2018년 딱 한 번 컷을 통과했지만 공동 75위로 최하위권에 머무른 바 있다.
정찬민은 "이제는 무조건 멀리만 치려고 하지 않는다. 남서울CC는 국가대표 시절 쳐봤고 프로 데뷔 이후에는 처음이다. 하지만 공략법은 잘 안다. 달래서 쳐야 할 홀과 자신 있게 멀리 쳐야 하는 홀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리하지 않고 코스 공략법을 지키는 작전을 마지막 날까지 지키려고 한다. 아마추어 때는 성적보다 뭔가 보여주겠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지금은 성적을 좀 신경 쓰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다"며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열심히 쳐보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총상금을 13억원으로 늘린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국내외 톱골퍼들이 모두 출전했기 때문이다.
정찬민이 8타를 줄이며 기선제압을 한 가운데 해외파 선수 중에서는 '45세 베테랑' 미겔 카르바요(아르헨티나)가 5타를 줄이며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특히 보기가 단 하나도 없이 버디만 5개를 잡는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카르바요는 PGA투어에서도 2012년과 2014년 뛴 바 있고 이후 유럽투어, 아시안투어 등에서 우승을 기록하며 실력이 검증된 선수. PGA 콘페리투어에서는 2승을 거둔 바 있고 아시안투어에서도 2019년 9월 1일 인도네시아 오픈에서 장이근을 3타 차로 제치고 우승하는 등 2승을 신고했다. 또한 콘페리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아르헨티나 선수'라는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 베테랑'들도 힘을 냈다. 2015년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문경준이 버디를 무려 8개나 잡고 보기는 2개로 막아내며 6언더파 65타로 선두 정찬민을 2타 차로 바짝 추격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낚시꾼 스윙'이자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로 유명한 최호성과 '견고한 아이언샷'이 장점인 주흥철, 1974년생인 황인춘이 4언더파 67타로 쾌조의 샷감각을 선보였다.
'남서울의 사나이' 박상현도 이날 문도엽, 최진호, 김동민 등과 함께 3언더파 68타로 선두권으로 출발했다. '사상 첫 대회 3승'을 노리는 박상현은 그야말로 남서울의 사나이. 2014년 준우승, 2016년 우승, 2017년 3위, 2018년 우승, 2019년 4위, 2021년 3위, 작년 10위 등 남서울CC에서 열리는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가장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날 갑작스러운 티샷 난조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박상현은 "3언더파면 괜찮은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보기를 5개나 했는데 아마도 내가 남서울CC에서 치렀던 경기 중 하루에 가장 많은 보기를 한 기록 같다"고 돌아본 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오늘 나흘간 할 보기를 모두 했다고 생각하고 내일부터 더 집중력을 발휘해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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