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보다 못 하다? 사면초가 김기현號

박성의 기자 2023. 5. 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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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분열에 친윤계 일각서도 “리더십이 문제”
정진석 비대위 시절과 비교해도 당 지지율 ‘하락’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연대와 포용과 탕평의 '연포탕 대통합 국민의힘'을 만들겠다."

지난 3월8일, 제3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김기현 대표는 수락연설을 통해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는 "우리는 오직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 그 목표는 첫째도 민생이고 둘째도 민생이고 그리고 셋째도 오로지 민생"이라며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유능한 정당, 일하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로부터 약 2개월, 야심차게 닻을 올린 김기현호가 난파될 위기에 직면한 모습이다. '연포탕'을 내세운 김 대표의 공언과 달리 당 수뇌부가 당내 갈등의 진앙지로 지목되면서다.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이 설화와 '막말' 논란 끝에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가운데 당을 향한 민심도 차게 식어가는 모습이다. 이에 친윤석열계 일각에서도 김 대표 리더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세어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여의도연구원 주최 토론회 '한미정상회담 성과와 과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포탕' 끓이겠다더니…최고위 분열 위기

현재 국민의힘 최고위는 '작동 불능' 상태다. 여당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2명이 징계를 받을 위기에 직면했다.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4·3은 격 낮은 기념일'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등의 설화를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과 '제주 4·3 사건 및 김구 선생 비하' 'SNS JMS 게시물' '대통령실 공천 개입' 논란 등을 촉발한 태영호 최고위원이 윤리위의 심판을 받게 됐다.

당의 공격수 역할을 해야할 최고위원 2명이 되레 실점 위기를 자초하자, 당내에서는 이들을 향한 '자진 탈당'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다만 이들 모두 '탈당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대표로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징계 사태가 자칫 지도부 위기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김·태 최고위원을 모두 징계할 경우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2명이 공석이 된다. 김 대표의 '아군'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또 최고위원이 사퇴하면 보궐선거를 실시해야 하는데, 김 대표 취임 후 두 달도 안 돼 또다시 큰 선거를 치르기에는 당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한 김 대표가 최고위와 '거리두기'를 시작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3일 국회에서 만난 친윤계 국민의힘 한 의원은 "김 대표가 공식 일정 외엔 최고위원들과 자리를 자주 갖지 않고 있다"며 "바쁜 일정 탓도 있지만 당에 대한 고민을 (최고위원들과) 나누기엔 아직 신뢰가 부족한 것 같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김 대표가 4일 예정된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하면서 '지도부 위기론'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이 같은 추측에 김 대표는 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이영훈 한국교회총연합회 대표회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일정을 보지 않았느냐"며 "오전 9시40분 서울 용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계속 공개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3일 국회에서 녹취 파문, 후원금 쪼개기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다 또 비대위…친윤계도 우려

당내에서는 김 대표의 '리더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업고 당선된 김 대표가 취임 후 당내 분란을 수습하지도, 대야 관계를 주도하지도, 민심을 사로잡지도 못하고 있다는 전방위적인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이 같은 비판은 비윤석열계뿐 아니라 김 대표를 돕던 친윤계 내부에서도 세어나오기 시작했다.

김 대표 후원회장을 지냈던 신평 변호사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어리석었다"며 김 대표의 리더십 부재를 비판했다. 신 변호사는 "당대표의 리더십 부재 속에서 최고위원들의 실언이 거듭되고 태영호 의원 녹취록이 공개돼 자중지란에 빠진 건 심한 '상상력의 빈곤'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한 탓으로 생긴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김 대표)가 당대표가 된 뒤 '민생대책'에 당 역량을 집중해 왔다. 원래 '민생' 구호는 집권당이 국민을 향해 별 할 말이 없을 때 면피용으로 하는 말 아닌가"라며 김 대표가 당의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김 대표가 내세운 '연포탕'은 끓지도 못한 채 차게 식었다"며 "당이 하나로 못 뭉치는데 어떻게 민심을 설득하고, 거대 야당에 맞설 수 있겠나. 선수단을 이끄는 감독(김 대표)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당심'이 흔들리는 사이 '민심'도 차게 식어가는 모습이다. 이준석 지도부, 임시로 구성됐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시절보다 김기현 지도부를 향한 민심이 더 악화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다.

김 대표 취임 이전인 2월3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5%, 더불어민주당 34%, 지지하는 정당 없는 무당층 26%, 정의당 5%였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더 하락했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해당 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32%, 민주당이 37%를 각각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직전 조사와 동일했고 민주당 지지율은 같은 기간 5%p 상승했다.

기사에서 인용한 한국갤럽 2월 1주차 여론조사는 1월31일~2월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3.1%포인트, 95% 신뢰수준이며 응답률은 8.7%다. 4월 4주차 여론조사는 4월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무선(95%)·유선(5%)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0.2%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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