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파산銀 후보' 美팩웨스트 주가 반토막
웨스턴얼라이언스·자이언스
타지역 은행도 주가 동반하락
연준 긴축종료 시점 변수될듯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본사를 둔 팩웨스트뱅코프가 네 번째 파산 은행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휩싸였다. 유동성 위기에 매각설이 나돌면서 3일(현지시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50% 이상 폭락했다. 지난달 이후 실리콘밸리은행(16위) 시그니처은행(26위) 퍼스트리퍼블릭은행(14위) 등이 잇달아 파산하면서 미국 내 지역 은행 연쇄 도산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팩웨스트뱅코프 경영진이 '전략적 옵션 탐색'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외부에 구원을 요청하는 행위를 '전략적 옵션 탐색'이라고 부른다. 현재 팩웨스트뱅코프는 은행 전체를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인수 대상자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팩웨스트뱅코프 경영진은 은행을 분할 매각하거나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팩웨스트뱅코프는 LA 베벌리힐스 인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자산 기준 미국 내 53위 은행이다. 67개 점포에 걸쳐 총자산 44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팩웨스트뱅코프는 올해 들어 예금이 급격히 빠지면서 적자로 전환됐다. 예금액은 올 1분기 281억8756만달러로 1년 전 339억3633만달러에서 18% 감소했으며 자기자본비율은 9.58%에서 6.26%로 감소했다. 국제결제은행(BIS) 권고 비율인 8%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또 순이익은 1억2012만달러 흑자에서 12억537만달러 적자로 곤두박질쳤다. 폴 테일러 팩웨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최근 사건에 비춰 전략적 자산 매각을 포함해 유동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염려는 부동산 담보대출에서 나왔다. 올 3월 말 현재 팩웨스트뱅코프의 대출액은 총 256억7238만달러로 이 가운데 부동산이 무려 78%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다른 은행이 이 은행을 매수할 경우 부실 대출 문제로 인수자가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은 은행이 만기 연장을 꺼리는 데다 재택근무 선호 현상으로 공실이 늘어나고 있다. 향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지역 은행의 담보물권 가치가 급락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염려에 팩웨스트뱅코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52.49% 급락한 3.05달러를 기록했다. 또 피닉스의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22.42%), 솔트레이크시티의 자이언스뱅코프(9.09%) 등 지역 은행이 동반 하락했다. 특히 팩웨스트뱅코프는 공매도 세력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미국 주식 정보 사이트인 핀비즈에 따르면 이날 팩웨스트뱅코프의 거래 물량 중 18.6%는 공매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앤드루 메트릭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금융기관의 채무 불이행은 부실 채권 급증으로 이어지고, 이 여파로 은행의 총자본 대다수가 소진될 것"이라면서 "이는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침체, 실질 금리의 급격한 상승을 동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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