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질렀다가 … 빚만 더 진 개미들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김금이 기자(gold2@mk.co.kr) 2023. 5. 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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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위험 투자·주가폭락 겹쳐
미수거래 규모 5300억원 훌쩍
올해 두배 급증하며 과열경고
주가 떨어진 종목 매물 쏟아져
빚투 늘면 하락장서 낙폭 확대

거래대금의 40%만 내고 미수로 주식을 사들인 후 이틀 뒤까지 돈을 갚지 못해 반대매매를 당하는 규모가 역대 최고치까지 치솟은 것은 그만큼 빚투가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 들어 일부 종목만 급등하는 상황이 이어진 것도 한몫했다. 많이 오른 만큼 주가가 떨어질 때는 낙폭이 커 돈을 빌려 거래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감당하기 힘들어진 셈이다.

반대매매 통계는 미수거래에 따른 거래만 집계한다. 신용거래나 최근 문제가 된 차액결제계좌(CFD)로 인한 반대매매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만큼 실제로 시장에서 이뤄진 전체 반대매매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수거래는 최근 들어 급증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미수거래액은 5348억원이었다. 올 들어 2000억원 수준에서 유지되던 것이 배 이상 급증했다. 증권사별로 고객과 진행하는 신용거래 역시 근래 폭증하고 있다. 증권사가 일정한 수준의 담보를 잡고 투자자에게 자금을 빌려준 신용거래융자는 작년 말 17조원에서 올 4월 말 20조원까지 치솟았다가 소폭 줄어든 상황이다.

일례로 지난 3일 이뤄진 반대매매는 지난 4월 27일 체결된 미수거래에 대해 투자자들이 거래대금을 납부하지 못해 일어난 것이다. 4월 27일은 CFD발 8개 종목 동반 하한가 사태가 발생한 지 나흘째 되던 날이다. 나흘 연속 하한가를 맞는 상황이 나타나면서 일부 초위험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베팅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투자 종목이 추가로 하락하고 이에 따라 미수·신용거래에 나선 투자자들의 반대매매 물량까지 쏟아지면서 주가는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미수·반대매매는 투자자가 대금을 납부 기한까지 내지 못하면 다음날 장 시작 전에 증권사가 하한가로 매도하는 것이다. 반대매매로도 빌려간 돈을 갚지 못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면 문제는 더 커진다. 증권사가 해당 투자자가 보유한 다른 종목도 팔아치우면서 연쇄적인 주가 하락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으로 반대매매가 발생했는데 해당 종목이 하한가를 맞아 증권사가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면 투자자가 보유한 다른 종목을 매도할 수 있다"며 "이때 미수 항목으로 집계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 시작된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26일 이후 반대매매가 대규모로 일어났고 이때 증권사가 투자자들이 보유한 다른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미수에 의한 반대매매 규모가 늘어났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수·반대매매에 실패한 하한가 종목은 이미 담보가치가 없는 '깡통 계좌'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이 들고 있는 다른 주식을 매도하더라도 크게 불어난 담보부족분을 채우기에 역부족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수·반대매매 규모는 당분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매매의 선행지표 격인 위탁매매 미수금은 4월 28일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반 하한가 사태에서 불거진 CFD 계좌에서 발생한 반대매매는 현재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CFD 계좌는 개별 증권사가 파악할 뿐 시장 전체로는 집계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당국에서 밝힌 CFD 잔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3조5000억원에 달한다. CFD 계좌가 동반 하한가를 보인 종목 매집에 대거 활용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천억 원대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CFD는 주식의 매수가격과 매도가격 간 차액만 현금 결제하는 방식으로 정산된다.

[강인선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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