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횡령 후 불지른 직원, 3시간 전 찍힌 ‘이 모습’ 때문에 잡혔다
2억 원 횡령 사실을 숨기려 근무하는 공장에 불을 지른 50대 남성이 본인 꾀에 덜미가 잡혔다. 범행 과정에서 얼굴을 가리려 구입했던 모자가 CCTV 카메라에 선명하게 찍히면서다.
제주동부경찰서는 근무지에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로 50대 A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일 자정쯤 제주시 봉개동에 있는 한 식품 가공 공장에 불을 내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화재로 공장은 잿더미가 됐고 소방서 추산 10억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 공장 2층 직원 숙소에 당직자 1명이 머물던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공장 내 창고 CCTV를 분석한 끝에 한 남성이 회사 차량을 타고 공장에 온 뒤, 창문을 통해 불씨를 던지는 모습을 확인했다.
A씨가 용의자로 특정될 수 있었던 가장 주요한 증거는 당시 그가 쓰고 있던 모자였다. CCTV에 찍힌 남성은 챙이 넓은 얼룩무늬 모자를 착용한 상태였는데, 화재 3시간 전 A씨가 오라동 소재 한 마트에서 같은 모자를 구입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마트 안 CCTV에도 그가 모자를 계산한 후 가방에 넣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은 A씨를 지난달 23일 주거지 인근에서 검거했다.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거래처로부터 받은 대금 약 2억 원을 지인 계좌로 빼돌려 사용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A씨가 횡령 건을 감추기 위해 관련 자료가 보관된 사무실 아래 창고에 불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사전에 CCTV 사각지대를 파악해 두고 얼굴을 가릴 목적으로 모자를 구입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A씨는 “횡령한 돈을 생활비에 사용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방화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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