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 “태영호 당원권 정지 1년 관측”
김재원도···사실상 최고위원 사퇴 중징계
“징계 넘어 진실 밝히는 게 중요” 주장도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태영호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 이상의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자신의 녹취 음성이 공개돼 대통령실 공천 개입 의혹을 불러일으켰는데 기자회견에서 사과보다 자기 항변에만 치중하자 지도부가 태 최고위원에게 완전히 등을 돌린 모습이다. 더불어 태 최고위원 징계로 문제를 덮을 것이 아니라 공천 개입 의혹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당내에서 제기된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4일 기자들과 만나 “몰래 녹음해서 전달한 행위 자체가 바람직하냐와 별개로, 할 말과 못할 말이 있는데 다른 목적을 달성하려고, 본인의 자존심을 지키고 직원에게 안정감을 주려고 사실과 다른 표현을 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태 최고위원을 비판했다. 전날 태 최고위원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집단린치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많은 분이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에 당선된 다음날인 지난 3월9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만나고 와 의원실 보좌진들에게 ‘이 수석이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윤 대통령의 대일 정책 옹호를 요청했다’는 식으로 말한 음성이 녹음돼 지난 1일 MBC에 보도됐다. 지역구 지방의회 의원들로부터 공천 대가성 후원 의혹도 받았다. 태 최고위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녹취 음성 내용과 후원 의혹 모두 부인하고 “태영호 죽이기 집단린치가 펼쳐지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당 윤리위원회는 전날 김 대표의 요구에 긴급 회의를 열어 녹취 음성 건에 대해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기존에 제주 4·3 관련 발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원색적 비난으로 당 윤리위에 회부된 안건에 병합해 오는 8일 태 최고위원 징계 논의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전날 저녁 CBS 라디오에서 태 최고위원의 기자회견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고개를 숙여야 되는 자리였는데, 엉뚱한 방식으로 풀어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다. 보좌진들끼리 많은 얘기들을 전달한다”며 “(보좌진에게 한) 거짓말의 무게는 매우 크다”고 질타했다.
지도부에서는 최고위원 활동을 더 이어갈 수 없는 정도의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지도부 인사는 이날 통화에서 “태 최고위원과 (5·18 망언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발언으로 논란이 된) 김재원 최고위원 모두 자진 사퇴했으면 하지만 그럴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윤리위 징계 말고는 답이 없다”면서 “둘 다 당원권 정지 1년으로 사실상 최고위원에서 사퇴시켜야 한다는 것이 주된 관측”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탈당 권유, 제명 등 최고 수위의 징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최고위원 임기(2년) 내 복귀가 불가한 징계가 내려지면, 당원에게서 선출된 최고위원의 복귀를 봉쇄했다는 비판과 함께 새 최고위원 선출 여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당 윤리위가 공천 개입의 진실을 가려야 한다는 주장도 당내에서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천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는) 태 최고위원이나 이 수석 말을 난 믿지 못하겠다. 녹취 내용이 사실일 것 같다”면서 “사실이라면 엄청나게 심각한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리위가 태영호의 거짓말이라 믿고 태 최고위원만 징계하면 큰 문제”라며 “윤리위가 이 사건의 진실이 뭔지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태 최고위원이 징계를 받아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되면 언젠가 사실을 말할 수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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