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파업에도 강대강 대치…복지부, 간호법 '거부권' 건의 고민

박정렬 기자 2023. 5. 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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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간호법 제정안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 의료연대의 연가투쟁을 하루 앞둔 2일 오후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단축 진료 안내문을 게시하고 있다. 보건의료연대는 오는 3일 1차 연가투쟁에 이어 11일 전국 동시다발 2차 연가투쟁 및 단축진료를 진행, 17일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2023.5.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간호법 반대를 위한 부분 파업(연가 투쟁, 단축 진료)이 현실화한 후에도 여전히 의료단체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이뤄진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가 2차 부분파업과 총파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간호법 폐기 시 또 다른 투쟁을 예고하는 대한간호협회 등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간호법 범국본) 사이에 선 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오후 SBS라디오와 채널A에 연이어 출연해 "간호법 시행 시 직역 간의 갈등과 혼란이 생길 위험이 있다"며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우려가 크다"고 발언했다.

조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의료 현장의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데 어떤 게 합당한 결정인지를 충분히 고민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의료현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며 관련 부처, 여당과 협의가 필요하다"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긴급상황점검반을 수시로 운영하며 의료 현장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보건복지의료연대 회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가진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에서 간호법 폐기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5.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3개 단체로 이뤄진 의료연대는 지난 3일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간호법을 강행 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내용의 집회를 전국 14개 시도에서 개최했다. 이번 부분파업을 주도한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는 서울 지역 3000여명, 전국적으로 2만여명이 연가를 쓰고 규탄대회에 참석하는 '연가 투쟁'을 벌였다. 의료연대는 "간호법은 간호사에게만 온갖 특혜를 주는 '간호사 특혜법'"이라며 "1차 연가 투쟁을 시작으로 2차 연가 투쟁, 나아가 전면적인 400만 연대 총파업까지 불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행히 부분파업에도 의료 현장에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간무협을 중심으로 의사, 응급구조사 등 타 직역이 동참하는 형태였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진료 시간 이후 집회를 전개했기 때문이다. 1차 부분파업 전날에야 의료연대의 '투쟁 로드맵'이 발표돼 인지도가 낮았던 것도 이유로 꼽힌다. 다만, 11일 2차 부분파업과 17일 총파업은 의료연대가 참여 의료기관과 직역을 확대할 것으로 예고한 만큼 현장의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차 부분파업에 참가한 한 의사는 "문자나 SNS 등을 통해 간호법 반대를 위한 단체행동에 자율적으로 참여해달란 내용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7일째 간호법 반대 단식 투쟁 중인 이필수 의협 회장이 4일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김민석 정책위의장,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의료연대는 부분 파업 이외에도 간호법 반대를 위한 전방위 압박을 펼치는 모습이다. 7일째 단식투쟁 중인 이필수 의협 회장은 4일 천막 농성장을 방문한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쓰러지더라도 간호법 저지에 최선 다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의료연대는 지난 2일부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재개하고 간호법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의료연대 단체장과 16개 시도의사회장,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의학회 등은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반면 대한간호협회와 보건의료노조 등 간호법에 찬성하는 단체로 이뤄진 간호법 범국본은 "간호법 거부권 행사 시 더 큰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며 원안 고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간호법 범국본은 간호법에 대한 복지부의 입장을 두고 "갈등을 중재해야 할 보건복지부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시키고 있다"며 "간호법에 대한 마녀사냥과 말 바꾸기를 즉각 중단하고 헌법상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준수해 달라"고 촉구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간호법 반대단체들의 집단진료 거부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23.5.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어 간호법 범국본은 "(의료연대의) 총파업은 의료법상 불법인 진료 거부를 피하려는 꼼수일 뿐"이라며 "이번에도 이를 강행하겠다면 정부는 국민의 건강에 직접적 위해를 가하는 집단 진료 거부를 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정부로 이송된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폭넓게 의견을 듣고 잘 숙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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